우연인지, 실수인지 이번 부산여행에서 네비게이션을 잘못 조작하는 부산의 한복판인 부산역으로 가게 되었다. 원래 예정에 없던 여정이었지만 차를 몰고 가다보니 여기에도 차이나타운이 있는 것이다. 인천에만 있는줄 알았던 차이나타운이 부산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인천처럼 규모가 크진 않아도 분명 차이나타운이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중국관련 가게들이 많았다. 그래서 점심은 여기서 중식으로 먹기로 했다. 부산까지 와서 중국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좀 이상한 일이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차를 세우고 어딜 갈까 두리번 거리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들어가는 중국집이 있어 따라가 보았다. 이집의 이름은 '사해방'이다. 상호도 좀 특이하다. 이런 이름의 중국집은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메뉴판을 보니 점심특선이 있다. 우리는 A세트를 주문했다. 유산슬과 고추잡채, 탕수육과 짜장면이 나오는 메뉴다. 점심이긴 했지만 이렇게 조금씩 중국요리를 먹어 본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어찌나 손님이 많고, 특히 단체 손님이 계속 들어오는 바람에 서빙하는 사람은 연신 3층으로 가세요~ 지하로 가세요~를 외쳤다. 건물 전체를 중국집으로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한 집이었다.
주방도 여러명이 일하는지 음식들이 빨리 나오는 편이었다. 주문하고 잠깐 앉아있는데 벌써 첫번째 음식인 유산슬이 나왔다. 첫 입의 느낌은 "와 맛있다!" 였다. 정말 제대로 된 중국 요리의 진수라 할 수 있었다. 뭔가 강한 향도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은 생강이었다. 그런데 적당한 기름기와 함께 참 조화가 잘 맛이었다. 이런 것이 중국집 맞지~ 중국 음식은 일단 볶고, 튀긴다고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담백한 맛이 난다. 아마도 불과 시간, 물과 양념의 절묘한 조화가 만들어내는 입안의 유희라 할 수 있다. 이날의 유산슬은 그런 느낌이었다.
고추잡채와 꽃빵은 익숙하게 먹어왔던 맛이었다. 생각해보니 개인적으로 중국음식 중에 고추잡채를 제일 좋아한다. 거기에 담백한 꽃빵을 곁들이면 중국 음식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잔치 요리를 먹는 기분이 든다. 피망을 잡채처럼 만든 것도 재미있고, 적당한 쌉쌀함도 참 묘미이다. 꽃빵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그냥 밀가루 빵이지만 고추잡채와는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그렇게 먹고 있는데 탕수육이 아니라 깐풍새우가 나왔다. 이상하네 세트 메뉴의 구성이 바뀌었나? 탕수육이 먹고 싶긴 했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네~ 싶은 마음으로 먹었다. 나중에 보니 서빙하는 사람이 옆 테이블과 우리를 혼돈한 결과였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이 세트B를 주문했는데 우리가 그런 줄 알고 깐풍새우를 가져다 준 것이었다. 메뉴판을 다시 보니 이것이 일인당 2,000원이 더 비싸다... 득템을 한 셈이다. 옆 테이블 사람들은 불만 이야기를 했고, 거기도 그냥 세트A의 값만 받기로 한 모양이다. 아무튼 4,000원 벌었다. 그런데 마지막 짜장면이 이상할 정도로 맛이 좀 별로였다. 이상하지... 요리를 정말 잘하는데 왜 중국집의 상징과도 같은 짜장면은 이럴까? 마치 야식집 짜장면처럼 뭔가 양념도 겉돌고, 면도 영 안 어울렸다. 하지만 이미 배는 불렀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 줄 수 있다. 부산의 정통 중국요리는 정말 맛이 좋았다. 그러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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