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하게 사는 이야기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방문한 고즈넉한 고찰, 이동면 백운계곡의 흥룡사

by jeff's spot story 2024. 5. 16.

부처님 오신 날은 음력 사월 초팔일로 올 해 양력으로는 5월 15일이다. 올 해는 서기 2024년이고, 단기는 4349년이며 불기로는 2568년인 해이다. 연수는 조금씩 다르지만 엄청 오랜 전 역사적 사건이었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수치다.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부처님 오신 날은 공휴일이라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곤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기독교인만의 축제가 아니듯 부처님 오신 날도 모든 사람의 축제일이다.  


올 해 부처님 오신 날은 특별한 초대로 이동면의 흥룡사에서 보낼 수 있었다. 백운계곡의 주인과 마찬가지인 흥룡사는 통일신라시대 도선이 창건한 사찰로 역사가 꽤나 오래된 고찰이다. 지금도 이동면 도평리는 포천에서도 가장 북단의 마을로 한적한 시골이지만 아마 과거엔 더 그랬을 것이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 절을 창건한 대는 문외한은 모르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평소 불교를 잘 모르는 방문객에게는 흥룡사가 그저 오래 된 국보 같은 존재라는 사실만 다가온다. 이날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고, 하루 종일 흐린 날이었다. 전날만 해도 한낮 온도가 28도까지 올라가 초여름 날씨였지만, 이날의 기온은 내내 15도 정도에 머물러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엄청난 기온차이다. 흥룡사라는 곳에 처음 오긴 했지만, 사실 이 근방의 백운계곡은 여름과 겨울에 몇 번이고 찾는 익숙한 곳이다. 겨울엔 동장군축제가 열리고, 여름엔 주요 휴양지가 되는 곳으로 찾는 이들이 많은 유명 계곡이다.  


하지만 막상 백운계곡의 주인인 흥룡사는 아주 규모가 크지도, 화려하지도, 번잡하지도 않았다. 고즈넉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고요한 사찰이었다. 불자들로 북적이는 시내의 사찰과는 사뭇 다른 진지하고 진중한 분위기가 찾는 이들을 압도했다. 평소 절에서는 사찰 음식이라는 공양을 일반인들에게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흥룡사의 이날 메뉴는 비빔밥과 떡, 그리고 김치와 야채전이었다. 단촐한 음식들이지만 들어간 채소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 아주 맛있는 점심이었다. 이런 밥만 먹고 살면 몸에 이상이 생기기 어려울 것이다.  


이날 행사는 1시간 반 정도 이어졌고, 포천의 주요 내빈들도 많이 이곳을 방문했다. 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이날 두 어 시간 남짓 흥룡사에 머물며 올 해는 예년과 달리 제대로 된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 것 같다. 그저 지나가는 휴일이 아니라 부처님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