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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쌀이란 브랜드로 유명한 여주에서 먹는 맛있는 한정식 저녁, 여주시 연라동 수월정

맛있고 행복한 곳...

by jeff's spot story 2025. 12. 1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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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쌀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은 이천시와 여주시라 할 수 있다. 현지인들에게 들어보니 이천시는 수확양이 많고, 여주시는 농약을 별로 쓰지 않아 고급스런 쌀이라고 했다. 솔직히 쌀맛이 얼마나 좋은지 밥을 먹으면서 가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쌀맛 좋기로 유명한 여주에서 중요한 모임이 있어 저녁 회식을 겸해 가게 되었다. 여주 사람들은 다 안다는 아웃렛 안에 있는 유명한 밥집이라는 수월정에서 우리의 회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한정식을 전문으로 한다는 집으로 여주 사람들도 좋아하는 곳이라고 했다. 과연 쌀의 본고장에서 먹는 한정식은 어떤 맛일까?

 

식당 입구에는 주인장이 직접 농사 지었다는 쌀이 쌓여 있다. 과연 쌀맛에 진심인 곳이 맞다. 실내는 무척 넓었다. 입구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진 스타일이었는데 차를 타고 한동안 들어와야 하는 한적한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꽤 있는 편이었다. 이 부근이 쇼핑을 복합적으로 할 수 있는 곳으로 여주에서는 유명한 곳이라지만 처음 와본 외지인에게는 꽤나 외진 곳처럼 보였다. 메뉴판도 보지 못하고 그냥 이곳 친구가 예약한 대로 먹게 되었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세종대왕 진짓상이라는 일인당 39,000원 짜리 세트 메뉴를 먹은 것 같았다. 적지 않은 가격이다. 뭐가 나오는가에 따라 한정식의 가격이 천지차이라고 하지만 분명 싸지 않은 가격이다.

 

이렇게 좋은 안주거리에는 술 한 잔 마셔야겠지만 우리를 초대한 사람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했고, 우리도 이날 밤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술은 패스하기로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 어떤 안주보다 한식으로 먹는 술 한 잔이 참 좋다. 하다 못해 김치찌개 하나만 놓고 먹는다 해도 다른 산해진미보다 더 맛나게 먹을 수 있다. 밑반찬이 나오고 우리의 저녁 회식이 시작되었다. 간단한 반찬부터 처음보는 나물까지 밑반찬 종류만도 10여 가지 넘게 나왔다. 사실 이런 반찬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다. 가장 기대되는 여주 쌀로 만든 솥밥은 한참을 더 기다려야 만날 수 있단다.

 

특이한 것은 전라도도 아닌데 홍어삼합이 반찬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여느 한정식 집에서는 보기드문 구성이라 하겠다. 매생이 국도 맘에 들었다. 싸늘해진 날씨 탓에 우린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뜨끈한 국물로 숟가락이 갔다. 가장 맘에 든 반찬은 잡채였다. 달달하면서 당면 특유의 식감이 살아 있어 젖가락이 계속 갔다. 표고로 만든 탕수도 먹고 싶었지만 통풍때문에 패스했다. 아 먹는 것에 제약이 있다는 것은 참 불행한 일이다. 분명 표고로 만든 탕수는 식감이 고기와 비슷했을 것이다. 처음보는 사람들과 하는 저녁 자리였기 때문에 허리띠 풀고 맘 편하게 먹기만 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 코스는 떡갈비를 동그랗게 만들어 익힌 미트볼 비슷한 것과 육회와 전복을 튀겨낸 것이었다. 전복을 기름에 튀긴 반찬은 여기서 처음 보았다. 전복으로 국도 끓이고, 회도 먹고, 숙회로 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일부러 튀김처럼 만든 반찬은 정말 의외였다. 원래가 탱탱한 식감인 전복이 튀기고 나니 더욱 살에 탄력이 붙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전복을 튀김으로 먹는 모양이다. 미트볼 같은 떡갈비는 뭐랄까 함박스테이크를 먹는 기분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여기서 더 무리하다간 여주 쌀밥을 먹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담을 이 때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밖에서는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올해 첫 눈을 여주에서 저녁 먹으면서 보기 된 것이다.

 

눈이 내릴 때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여주쌀로 지은 솥밥과 보리굴비가 나왔다. 여느 보리굴비보다 특유의 냄새는 덜나도, 식감은 훨씬 쫀득한 제대로 된 굴비였다. 굴비는 그냥 밥보다 물을 넣고 만든 누룽지 밥이 더 어울리는 법이다. 여주 쌀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탄력도 좋고, 달달하면서 쫀득한 식감이 아주 좋았다. 찰진 밥이란 표현이 딱 맞는 맛이었다. 보리굴비는 짜고 특유의 냄새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제일 훌륭한 반찬이다. 아마도 이날 우리에게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두 어 시간 식사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사실 이 때는 몰랐다.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많은 눈을 만나게 될지... 그래도 다시 가서 먹고 싶은 집임에 틀림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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