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반가운 사람들과 하는 회식장소로 물망에 오른 것은 포천동 한복판에 있는 마왕족발이었다. 원래 병원이었던 자리에 생긴 이 집은 매운 맛으로 인기가 있다고 했다. 일종의 퓨전인 셈인데 이젠 족발도 쭈꾸미처럼 맵게 먹는 것이 대세인 모양이다. 하긴 족발도 양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분명 다양한 맛이 나는 요리라 할 수 있으니 매운 족발의 출현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했는데 아마도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달기도 할 것이다. 단짠맵이야 말로 요즘의 대세가 아니던가... 여기는 우리처럼 와서 먹는 사람들보다는 배달주문이 많은 곳이라 했다.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입구 때문에 가게 안은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실내에 다락방처럼 위로 올라가는 공간이 있고, 주로 사람들은 그쪽으로 가서 먹는 모양이었다. 하긴 위로 올라가야 포천 시내가 잘 조망된다. 뭐 대단한 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볼 수 있다면 역시 술맛도, 족발맛도 더 좋을 것이다. 뭘 주문해야 할지 몰라 그냥 시그니쳐 족발과 감자전을 주문했다. 우리의 주 목적은 족발이 아니라 소주이니 당연한 일이리라. 천천히 가게 안을 둘러 보니 종업원이 많은 편이었다. 홀 손님은 별로 없어도 배달 주문은 꽤나 쌓이는 모양이었다. 하긴 입구에 포장해 놓은 족발들이 상당히 있었다.



요즘 족발을 거의 먹지 않아서 세트 대자 가격이 50,000원인 것이 가성비가 좋은 것인지 비싼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족발도 서민들이 주로 먹는 값싸고, 푸짐한 안주 겸 저녁거리였다. 이젠 시대가 바뀌어 외식이나 야식의 메뉴가 되었지만 예전엔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주로 갔던 일종의 주점같은 곳이었다. 누가 족발을 술도 없이 그냥 먹는단 말인가? 족발의 변천을 보면 분명 그냥 있는 아이템 같지만 과거와는 많은 변화가 있다. 과거엔 분명 차가운 족발을 더 좋아했다. 쫀득한 맛을 즐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누구도 차갑게 먹지 않는다. 부들거리는 부드러운 살을 더 원한다. 이런 것은 참 큰 변화라 하겠다.



막국수까지 곁들인 푸짐한 한 상의 족발이 나왔다. 우리가 기대한 것과는 사뭇 다른 비주얼이지만 맛나 보인 것은 사실이다. 특이한 것은 족발에 중국 당면같은 넓적하고, 굵은 당면이 양념되어 같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잡채처럼 달달하면서 기름진 당면의 존재는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이게 또 족발과 잘 어울리더라는 것이다. 반찬으로도, 안주로도 훌륭하더라는... 아마도 가는 당면을 쓰지 않은 이유는 금새 불어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굵은 면을 사용하니 식감이 살아 있어 더 좋았다. 하지만 역시 개인적으로 족발은 예전의 차가운 듯 그렇게 쫀득거리도 조금은 딱딱한 식감이 더 좋은 것 같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감자전이 아주 좋았다. 포실거리는 감자전의 식감이 소주와 아주 잘 어울렸다. 여긴 그냥 족발집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패밀리 레스토랑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구성이라면 아이들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달달한 족발과 소주를 마시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지경이었다. 연말이 다가 오는데도 지역 경제는 살아날 기미가 안 보여 참 걱정이다만 그래도 우리는 또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좋은 일만 있진 않은 것이 인생이라는데 언젠가는 서광이 빛나는 날도 올 것이다. 달달한 족발 먹으면서 인생의 쓴 맛을 이야기하려니 잘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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