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에 많은 식당 중에 순대국도 손 꼽을 수 있다. 막국수 집도 많고, 손두부 집도 많지만 특히 순대국이 유명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순대국이 지역적인 특성을 가지는지도 잘 알 수 없다. 다만 포천과 인접한 양주에 많은 것을 보면 예전부터 일대에 순대와 관련된 역사적인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순대국은 지금처럼 어엿한 식당 메뉴가 되기 전에 시장통에서 솥단지 걸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정말 부담없이 들러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가는 패스트 푸드 같은 음식이었다. 가격도 싸고, 양도 많고, 인심도 후하고 그랬다.
포천을 대표하는 순대국으로 단연 손꼽으라면 무봉리 순대국이 있다. 전국적인 체인점을 여럿 가지고 있는 규모가 큰 식당 사업체이다. 무봉리 순대국의 본점은 포천의 소흘읍에 있다. 무봉리에 있어야겠지만 그렇진 않고 43번 국도변에 있다. 벌써 여기에 자리 잡고 영업한지도 30여 년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에 이렇게나 넓은 홀에 손님이 가득하여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까지 있었다. 지금이야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밥 때가 되면 무봉리 순대국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우기 위해 오는 손님들이 꽤나 많다.
어느날인가부터 여기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셀프코너가 생겼다. 예전엔 종업원들이 가져다 주던 반찬들을 이젠 손님들이 직접 떠 와야 한다. 물론 이런 방식이 더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 반찬을 자꾸 추가하는 것이 눈치 보였던 사람들은 이렇게 부담없이 직접 가지고 오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시대가 흐르면서 순대국 외에 이날 주문한 내장탕도 메뉴에 들어갔다. 가격이 13,000원이라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맛은 훌륭했다. 장사가 잘 되는 순대국집들은 새우젓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새우젓이 있으면 장사가 잘 되고 회전이 잘 되는 집이라는 것이다.
과연 무봉리 순대국의 새우젓은 크기도 크고, 맛도 신선했다. 순대국이 나오면 손님들은 저마다의 취향대로 이것 저것 첨가하여 본인만의 한 그릇을 만들게 된다. 개인적으로 파를 엄청 많이 넣고, 고추기름과 양념장, 후추와 새우젓도 듬뿍 넣는다. 거기에 화룡첨정으로 들깨가루까지 넣으면 이날 점심을 책임지는 나만의 순대국 한 그릇이 되는 것이다. 순대국도 국밥인지라 서둘러 밥을 말면 드디어 먹을 준비가 끝난다. 이런 비주얼의 순대국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이다. 참 빛깔이 곱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고기가 들어간 토종순대보다 그냥 늘 먹었던 당면과 돼지피만 들어간 찰 순대가 더 좋다. 입이 싸서 그런가 더 쫄깃하고, 식감도 좋다. 푸짐하게 들어간 돼지 내장, 부속들이 든든하게 만들어 준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이 찰떡 궁합이라 먹을 때마다 새우젓을 한 두마리 함께 올리게 되고, 나중엔 입이 짜서 물 깨나 들이키게 된다. 그래도 참 만족스러운 한 그릇이다. 한국 사람들의 국물 사랑이야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입에 착 붙는 순대국물은 정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임에 틀림없다.
김치와 깍뚜기를 맘껏 가져다 먹을 수 있으니 이것도 부담이 없다. 이젠 이렇게 한 그릇의 순대국보다 세트 메뉴로 먹는 손님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수육이 나오는 고급진 버전이 생긴 것이다. 손님의 70% 정도는 아재들이라 양을 더 추가한 것 같다. 오전 내내 허기졌던 배를 채우고 다시 오후에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진정한 휴식이자 채움의 시간이다. 다른 어떤 음식들보다 순대국을 먹으면 저녁 때까지도 속이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 맛도 좋고, 속도 편하고, 가격도 괜찮고 참 이런 서민적인 음식이 또 있을까? 참 맛나고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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