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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전통과 역사의 흔적이 물씬 풍기는 노포 국밥집, 여주시 희망식당 순대국

by jeff's spot story 2024. 3. 6.

여주는 오래된 재래시장이 아주 넓고 크게 지금도 성업중이다. 포천의 5일장처럼 5일과 10일에 장이 서고 그곳엔 재래시장이 함께 있다. 하지만 그 규모는 포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컸다. 5일장만 놓고 보면 포천도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곳이지만 재래시장 없이 그냥 5일장만 열리기 때문에 여주처럼 넓고 큰 시장의 모습이라 보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린  이날 아침으로 여주 재래시장에서 50년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희망식당에서 순대국을 먹기로 했다. 


오래된 재래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희망식당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잘 엿 볼 수 있다. 내가 어릴적 포천에도 이런 재래시장이 아주 크진 않아도 있었다. 거기서 5일장이 열리는 날은 사람이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엄청 붐비곤 했다. 여주는 그런 재래시장이 남아 있고 거기에 현대적으로 약간의 기능상 보강을 하면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장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오래된 시장에 전통깊은 식당이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희망식당도 그런 포스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주로 순대국이나 소머리국밥 같은 우리네 전통적인 국밥을 팔고 있는 곳으로 많은 시장상인들과 손님들의 허기진 속을 달래주던 곳이리라... 간밤에 또 그렇게 무리해서 달린 우리들에게 아침상으로 받아든 순대국과 소머리국밥은 그대로 보약과 같은 것이다. 뽀얀 돼지뼈 국물이 먹음직스런 순대국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해장 국밥의 모습이었다. 탁자도 실내홀도 세월의 무게를 담고 있는 이곳은 왠지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본 것 같은 친근하면서도 익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친구의 7살 어린 딸도 이 국밥을 좋아한다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만큼 국물이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났다. 특이한 것은 이곳은 순대국은 선지가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순대국에 선지를 넣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구수한 맛이 일품인 신선한 선지가 듬뿍 들어 있었다. 


순대국은 어느 곳이나 일단 국 그릇을 받아 들면 손님이 스스로 일정 부분 마지막 조리를 해야 한다. 고추씨기름도 넣고, 양념장도 넣고, 청양고추와 싱싱해 보이는 파도 넣고, 거기에 돼지고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새우젓을 넣고 화룡점정으로 들깨가루를 넣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뽀얗던 국물이 점점 시뻘건 해장국 색으로 변하게 된다. 이런 모습이 되면 이젠 먹어도 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순대국을 좋아하는 나의 경우도 그냥 허연 국물보다 이런 붉은 빛이 강렬한 해장국같은 순대국이 좋다. 


이곳 순대국은 다른 뭔가를 거의 첨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에 충실한 맛이었다. 조미료나 다른 식재료로 맛을 내는 것이 당연시 되는 요즘같은 시대에 이렇게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재료 본연의 맛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엄청 번거롭고 힘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전통과 장인정신 같은 내공을 느끼게 되었다. 아침으로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아 눈물을 머금고 얼마 만큼을 남기긴 했지만 맛은 정말 좋았다. 아 여주에서 이렇게 깊은 맛의 국밥을 즐기게 되다니 이것 또한 행운이라면 행운이리라.. 역시 현지에 친구가 있어야 이렇게 세세하게 깊은 곳까지 찾아가 궁극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