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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생소하지만 먹어보니 정말 시원하고 진한 국물, 강릉 주문진 미가 곰치국

by jeff's spot story 2024. 3. 4.

곰치국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이날 아침은 꼭 그렇게 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곰치가 이렇게 비싼 생선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인분에 18,000원이라니 이렇게 비싼 생선국이 또 있을까 싶다. 마눌은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에 이렇게까지 댓가를 지불할 필요가 있느냐며 망설였다. 나 역시 맛을 모르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좀 머뭇거렸다. 그랬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곰치가 너무 비싸다며 자신은 다른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그것도 비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편이 먹기 더 좋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집은 그 요리가 더 전문이라고 하는 말에 선택한 것은 삼숙이 또는 망치라 불리는 고기의 맑은 탕이었다. 두 명 먹기 좋은 소 사이즈가 25,000원이라니 싸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곰치보다는 훨씬 몸값이 덜 나가는 것 맞았다. 결국 곰치는 이번에도 먹지 못하고 대신 이것도 먹어 보지 못한 것은 맞지만 다른 생선인 삼숙이를 먹게 되었다. 이곳은 밖에서 보기엔 그냥 서민적인 작은 식당인데 막상 들어오면 그 가격에 놀라게 된다. 왠만한 해물탕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자리도 별로 없고 불편한 편인데 정말 생선들이 비싼 것인지 음식 값이 다 비싼 편이었다. 이상하지 밖에 있는 시장에는 곰치가 지천으로 깔려 있는데 걔들 몸값이 정말 이렇게나 많이 나갔다는 말인가?


그렇게 얼마간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것 펄펄 끓고 있는 삼숙이 탕이 앞에 나왔다. 생선의 모양을 거의 알 수 없게 작게 잘라 놓아 이 생선의 원래 모양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맑은탕이 다 그렇듯이 여기도 미나를 듬뿍 넣고 무와 다른 야채도 들어 있었다. 사실 맑은탕는 주로 복어로 많이 먹어 보았는데 이렇게 다른 생선의 맑은탕은 거의 먹어 보지 않았다. 삼숙이는 조금 뭐랄까 아귀처럼 생긴 생선인것 같았다. 가만히 보니 살점도 아귀랑 비슷했다. 아귀로 맑은탕을 해 먹는 경우가 별로 없어 이런 비주얼이 생소하긴 했다. 


반찬도 다른 곳과 조금 다른 편이었는데 청어알젓과 가리비젓갈을 내 주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젓갈은 여기서 처음 먹어 본다. 젓갈 맛이 거기서 거기라지만 가리비젓은 몰라도 청어알젓은 정말 특이했다. 사람들이 왜 따로 사가는지 이해가 갔다. 맑은탕은 원래 오래 끓일 수록 더 맛이 나는 법이다. 우린 아침상이지만 그렇게 한동안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삼숙이는 다 끓이고 보니 분명 살점이 아귀같았다. 마눌과 나는 아귀를 좋아하는 편이라 다소 쫄깃한 이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복어같이 고소하고 다소 단단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것도 양이 별로 없어 역시나 비싸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했다. 산지인데도 이렇게 비싸니 우리 동내에선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이곳은 손님들로 들락 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우리가 호텔 옆에 있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들어온 이곳이 주문진의 맛집이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다소 식사하기에 불편한 감도 있었다. 그닥 친절하지도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해장으로 산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삼숙이탕을 먹어 봤다는 경험만은 좋았다. 참 세상에 별 생선들이 많구나 하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