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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아는 사람 집에서 먹는 것처럼 편안하고 담백한 한 끼, 포천시 포천동 문화해장국

by jeff's spot story 2025. 2. 13.

같은 포천동이라도 가채리 쪽에 가까운 코아루 아파트 근처는 잘 가지 않는다. 거리 때문인지 그냥 낯설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이날은 휴일이었고, 그냥 우연히 근처를 가게 되었다. 그러다 이집을 발견했다. 보통 포천동의 식당들은 휴일에는 문을 잘 열지 않는다. 공무원들이 없는 포천동 시내가 무척 한산하기 때문이다. 시청이라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쉬는 날은 식당도 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집처럼 문을 여는 집들이 더러 있어 식사를 할 수 있다. 이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상호가 문화해장국인데 안에 들어가보니 여기서 말하는 해장국은 양평해장국 같은 고기를 이용한 국물이 아니라 콩나물과 황태 해장국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우리는 시그니쳐 메뉴인 콩나물 해장국과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보통 다른 손님들은 생선구이를 많이들 먹고 있었는데 생선구이를 주문하는 경우와 해장국을 주문하는 경우 나오는 반찬이 달랐다. 아마도 음식 가격 차이 때문인 것 같았다. 아무튼 콩나물 해장국의 비주얼은 아주 담백, 단촐 그 자체였다. 맛도 그랬다. 식당에서 만든 해장국이라기 보다는 아는 사람이 집에서 끓여 준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잔치국수도 마찬가지였다. 식당에서 이렇게 주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어찌 이리 담백한지... 반찬이나 밥 인심은 아주 후한 편이었다. 달라면 더 주는 전형적인 후덕한 주인장의 집이었다. 물론 그렇게 많은 먹는 사람이 요즘은 별로 없지만 말이다. 손님 대부분은 근처에서 온 것 같은 아재들이었다. 점심을 먹으며 술도 한 잔씩 하고 흥겨운 대화도 나누는 모습이 전형적인 사랑방같은 분위기였다. 아마 저들은 단골일 것이다. 저렇게 자주 와서 식사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사실 집 근처에 단골 식당 하나 있으면 참 맘도 든든하고, 재미도 있다. 

 

반찬들 역시 담백 자체였는데 주방이며 서빙을 혼자하는 주인장이 평소 잔뜩 반찬을 만들어 놓는 것 같았다. 평소와 달리 우리는 반찬을 많이 먹었다. 콩나물이 워낙 담백한 탓에 밥을 말아 먹을 때 김치가 없으며 심심할 정도였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통창으로 겨울 햇살이 따갑게 내리 쬐는 것이 이젠 정말 올해 겨울 추위는 다 지나간 모양이다. 올 겨울처럼 혹독한 시기도 별로 없을 것이다. 눈도 많이 오고 말이다. 아는 사람 집에서 한 끼 먹는 기분으로 우리도 아주 맘 편하게 밥을 먹었다. 식당에서 사먹는 밥이란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다. 

 

갓으로 만들었다는 묵은지는 별미였다. 묵은지는 항상 배추김치만 봤지 이렇게 갓을 만든 묵은지는 처음 보았다. 그런데 이게 심심한 듯한 잔치국수와 찰떡궁합이었다. 역시 조금은 간간해야 반찬이 맛나는 법이다. 어쨌든 우리는 편안하고 든든하게 한 끼 잘 먹었다. 이런 식당은 한 두번 와서 익숙해지는 곳이 아니다. 여러번 와야 주인장과 얼굴도 트고, 단골 대접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단골이 되면 반찬이며 밥이며 후덕하게 내어줄 것이다. 가게 분위기처럼 느낌도 밝은 식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