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콩나물국밥은 아침 해장으로 많이 먹는다. 사람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콩나물이 제일 해장이 잘 된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콩나물국밥은 저녁 2차 안주로도 아주 훌륭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저녁 내내 달린 탓에 속이 다시 허해질 때쯤 콩나물이라는 속풀이 음식으로 또 다른 술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술이 깨다가 다시 취하는 무한 루프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르르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이집으로 몰려갔다. 창원에 출장을 왔는데 그렇게 맥없이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모두들 별로였던 것이다.
우리가 이집에 들어간 시간이 대충 11시 정도였다. 그러니까 심야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원래 그런지 몰라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코로나 이후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여기는 그렇게 시간 구애없이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상호가 콩나물 국밥이니 다른 선택지는 생각지도 않았다. 당연히 콩나물 국밥을 먹어야 한다. 일행 중에는 술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냥 다들 이 순간이 즐거운지 자리를 잡고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해장국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깔끔한 실내분위기가 어쩐지 더 술이 깰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모두 자신의 취향대로 국밥에 나름의 양념을 더한 뒤 밥을 받아 들고 거창하게 2차를 향해 가기로 했다. 하도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더니 정말 속이 허한 것 같기도 했다. 콩나물 국밥에서 뭐 특별한 맛이 나겠는가 만은 그래도 엄청 시원한 것이 딱 좋아하는 맛이었다. 깨고 있는 술을 다시 잠재우기 위해 우린 술잔을 부딪쳤다. 창원에서의 깊은 밤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다른 음식들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지만 콩나물 국밥만은 차이가 없었다. 이런 깊은 국물은 어디나 똑같다. 창원에 있는 식당인데 상호는 전주라니... 지역적인 특색, 특징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신선노름 하듯 국밥에 술 한 잔 더하면서 뭔 말들을 그리 진지하게 했는지 모른다. 사실 다음날이면 이 많은 말들 중 얼마나 기억이 날 것인가?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쉽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한 잔하면서 나누는 말들은 그 자체로 귀한 것이다. 국밥은 밥을 말아야 완성된다. 다들 그렇게 밥을 말아 먹었다. 담백하면서 부드럽고 진한 콩나물 국물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소리없이 서로를 지켜주는 그런 존재들이 되는 것 같다. 사실 전엔 이렇게 콩나물 국밥으로 술먹은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에 해보니 이것도 참 좋은 시도같다. 속도 참 편안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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