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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엄청난 양과 맛 그리고 가성비에 놀라는, 충주시 교현동 수제 왕 돈까스 하우스

by jeff's spot story 2024. 3. 31.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충주로 향했다. 길이 밀리지 않아 이번에도 한 시간 45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충주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갔지만 어디에 어떤 맛집이 있는지 알지 못하니 적당히 시내를 돌아 다니면서 찾기로 했다. 지금까지 여러 도시를 다녀 봤지만 제일 눈에 잘 띄는 가게가 바로 식당이다. 어딜 가나 식당이나 술집은 넘쳐 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충주는 좀 달랐다. 재래시장 근처에서 식당을 좀 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시내에 식당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역 주변도, 터미널 주변도 그랬다. 그렇게 몇 바퀴를 돌다 발견한 집이 바로 이집이었다. 수제 왕 돈가스를 판다는 곳이다. 


충주 재래장터가 근처에 있고, 부근엔 개천도 있었다. 오래 된 동네 같은 세월의 흔적이 있는 곳에 이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밖에서의 분위기는 조금 기사식당 같다고 할까? 돈가스라는 아이템이지만 전혀 레스토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냥 편한 밥집 같은 곳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요즘 유행하는 대식가들 사진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유명 유튜버들이 다녀 간 곳 같은 느낌으로, 시간 내에 주어진 음식을 다 먹으면 공짜라는 이벤트를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도전에 성공한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도전 자체가 쉬운 것인지, 아니면 엄청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사진들을 보니 이집이 맛집이긴 한가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돈가스 집이지만 주방에 부부로 보이는 주인장만 있을 뿐 서빙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음식 만드는 일 외에 모든 것은 손님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구조였다. 물도 알아서, 반찬도 알아서, 나중에 남은 음식 포장도 알아서 해야 한다. 주문도 한 사람이 꼭 한 개 이상의 음식을 주문해야만 한단다. 솔직히 나는 돈가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애들을 위해 들어 간 것인데 그 흔한 우동이나, 파스타도 여긴 없었다. 오로지 돈가스를 먹어야 하는 곳이다. 특이한 것은 모든 돈가스에 왕 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왕도 한 두개에 붙어야 차별이 될텐데 여긴 모든 메뉴에 붙어 있다. 첨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나중에 음식이 나오고 보니 왕이란 의미가 엄청난 양을 뜻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기가 무척 크고, 들어가는 토핑도 다양하게 많았다. 이곳은 일단 주문이 들어 오면 그 때 돈가스를 튀기기 시작한다. 큰 돈가스를 튀기는 시간은 의외로 오래 걸리고, 손님들은 하염없이 기다리게 된다. 왜 이렇게 불편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래야 식감 좋은 돈가스를 만들 수 있다는 영업철학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해는 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당연히 불만은 생긴다. 


기본적인 왕 돈가스에 치즈를 올리고 다시 렌지에 돌리는 것으로 치즈 돈가스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많은 양의 돈가스를 요리하려면 큰 오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들어가는 치즈나 재료는 모두 신선하고 좋은 것들이었다. 맛은 괜찮은 편이다. 양이 워낙 많아 가성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먹기엔 그 양이 너무 많았다. 


돈가스의 재료인 돼지 등심도 제대로 식감이 살아 있었다. 그래도 이런 정성으로 이렇게 크게 만들지 말고, 가격을 좀 내리고 반 정도 크기로 만드는 것이 영업상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반 정도를 남겨 셀프 포장으로 들고 나왔다. 나는 옆에서 치즈만 건져 먹었는데도 배가 부를 정도로 양으로는 최강인 곳이 아닌가 싶다. 아쉽기도 하고 이런 배짱있는 영업철학이 부럽기도 했다. 손님 위주가 아닌 주인장의 철학을 따라야 하는 곳이라니...요즘 같은 시대에 살아 남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또 모른다. 이런 특이한 배짱이 오히려 손님들을 더 끌어 모을지도... 아무튼 보기 드물게 독특한 방식으로 돈가스 장사를 하는 곳을 방문해서 남다른 경험을 했고, 배부르게 먹었으니 우린 그래도 성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