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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이런 삼겹살 가게가 포천에 있다면 대박일텐데, 진주시 충무공동 고집남

by jeff's spot story 2024. 3. 31.

개인적으로 육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삼겹살은 정말 찾지 않는 메뉴다. 글쎄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별 맛을 모르겠고, 기름진 것도 싫고,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는 것 같고 하여 아무튼 즐기지 않는다. 온 국민이 즐기는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아 사실 회식 자리에서 곤역일 때도 있다. 다들 좋다고들 먹는데 나만 좀 시큰둥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면 회식 자리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정말 별로 없다. 하지만 이날 진주시 여행에서는 그런 나의 생각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정말 놀라운 삼겹살 집을 만났다. 


진주에서도 신도시에 해당하는 충무공동의 고집남이라는 식당이다. 고기에 집착하는 남자를 줄인 말이라는데 체인점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곳에 오려고 작정한 것은 아니다. 숙소를 찾다 보니 이상하게도 이 신도시 숙소 근처에는 거의 식당이 없기에 걸어서 20분 정도 나와야 했다. 투덜거리면 여기까지 왔는데 제일 먼저 보인 식당이 바로 이집이었다. 근처에 참치 가게도 있었지만 나보다 함께 간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여 그냥 이집으로 들어 왔다. 그 선택이 바로 신의 한 수 였다. 


우리는 삼합 한 판이라는 메뉴를 주문했는데 솔직히 삼겹살보다 조개 관자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관자를 함께 구워 먹는 삼겹살 집은 본적이 없기에 신기한 마음에 주문했다. 그런데 막상 나온 삼겹살을 마주하니 이건 도대체 뭐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묘한 모습이었다. 어째서 삼겹살이 이렇게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단 말인가? 사실 삼겹살을 기왕에 먹을라 치면 차라니 생 삼겹살 보다는 냉동 삼겹살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훨씬 빨리 익는데다 고소한 맛도 더하고, 기름은 덜 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집의 삼겹살 모양은 분명 냉동 같긴 한데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신기한 것이었다. 


종업원에게 물어 보니 냉동 삼겹살을 둘둘 말아 놓고 그것을 잘게 자른 것이란다. 즉, 처음부터 이런 모양을 만들기 위해 삼겹살을 말아서 냉동시켰다는 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했을까? 그리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개 관자와 또 하나 통풍 환자들은 먹기 힘든 표고 버섯, 이렇게 세 가지가 삼합이라는 말이다. 이런 조합은 정말 처음 보았다. 관자를 숯불에 구워 먹는 집도 처음이고, 삼겹살과 함께 굽는다는 곳도 보지 못했다. 과연 이런 새로운 시도는 맛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 성공이다. 아니 놀라운 기적과도 같은 맛이었다. 생전 이렇게 맛난 삼겹살은 먹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삼겹살에 무슨 짓을 한거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대단한 맛이났다. 냉동 삼겹살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잡내가 없고,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식감은 극대화 된 정말로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고기였다. 거기에 야들 야들한 조개 관자는 익어도 그 부드러움이 없어지지 않는 자체의 본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 둘을 함께 먹는데 마늘이나 파절이 같은 약간의 조역만 있으면 충분했다. 요리 이상의 음식이 되는 것이다. 


평소 삼겹살이라면 그 돼지 향이 싫어서 상추쌈을 아주 이중 삼중으로 하여 너 댓개 먹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집에선 나 혼자 거의 일 인분 이상을 먹은 것 같다. 평소 삼겹살을 별로 먹지 않기 때문에 늘 주문하는 된장찌개를 소흘히 할 정도로 삼겹살에 홀릭하여 먹었다. 심지어 소주 마시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아~ 세상은 넓고 먹을 거리는 더 많구나... 이런 맛의 삼겹살을 먹게 될 줄이야... 역시 어줍잖은 재주나 지식으로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난 척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삼겹살이 별로라는 나의 선입견도 이집에서 완전히 깨져 버렸다. 


그래서 평소엔 전혀 하지 않던 짓도 했다. 삼겹살을 추가로 주문한 것이다. 너무 열심히 달려서 땀이 날 지경이라 더운 속을 달래 줄 냉면도 주문했다. 그리고 언제 먹었는지 모르게 소주도 두 병이나 비웠다. 이런 것이 넋을 잃고 먹는다는 것이겠지... 우리는 정말이지 서로의 얼굴을 다시 쳐다 볼 정도로 이집의 맛에 푹 빠져 버렸다. 만일 송우리에 이런 집이 있다면 몇 년 안에 빌딩을 산다에 올인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은 회식에서 가장 좋아라 먹는 것이 삼겹살인데 이 정도 내공과 맛을 제공한다면 분명 도인, 달인이라는 칭호를 들으며 대우 받을 것 같다. 그래서 이날은 무척 겸손해지게 되었다. 삼겹살은 정말 좋은 요리요, 음식이라는 점에 이젠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