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에서 만나는 닭갈비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가평군 임초리 밤나무집 춘천 닭갈비

보장협의체 경기도 사무국 연합회 워크숍의 마지막 순서는 가평의 닭갈비 집이었다. 아침고요 수목원이라는 전국민적인 유명 관광코스가 있는 이곳은 평소에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인가부터 엄청난 수의 식당과 팬션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젠 주말 여행의 성지처럼 되어 버린 이곳 가평에는 유난히 닭갈비 집도 많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춘천과 맞닿은 곳인 가평은 닭갈비도 막국수집도 많이 있다. 춘천의 영향일까? 하지만 수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가평이 더 많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이곳에 사는 분이 추천한 오늘 가본 이집도 그런 많은 선택지 중에 한집이었다. 이름하여 밤나무 춘천닭갈비 막국수 집이다. 

가평하면 또 잣이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여기도 간판에 잣이라는 문구를 써 넣었다. 마치 고명을 얹듯이 그렇게 말이다. 우리는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들어가 보니 벌써 음식이 다 준비되어 있었다. 20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가도 넉넉할 정도로 실내는 무척 넓었다. 이곳의 특성상 아마도 단체손님들이 많이 오는 듯 했다. 하긴 이 동네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이렇게 큰 식당들이 다 장사가 될까 싶다. 다들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겠지...닭갈비로 점심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다른 음식 없이 닭갈비가 인원 수대로 놓여 있었다. 하지만 왠지 나는 가게 입구에 써 있던 말, 막국수 라는 메뉴에 맘이 더 끌렸다. 

커다란 팬 위에 먹음직 스럽게 익은 닭갈비는 우리의 젖가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자태와 빛깔이 영롱하기까지 했다. 닭갈비는 일행 중 한 사람의 말처럼 누구나 좋아하고, 특별히 불판 위에 올려 굽는 고기처럼 번거롭거나 연기가 나지도 않으면서 고기 먹은 느낌은 살려 주는, 그래서 단체 회식에서는 그저 자연스럽게 찾아가게 되는 그런 아이템이 아닌가 한다. 사실 낮에 이렇게 거하게 닭갈비를 먹은 적은 별로 없다. 대부분 저녁 술자리에서 한 잔 하면서 먹어봤다. 그래서일까? 닭갈비하면 음식이라는 생각보다 안주라는 생각이 더 빨리 떠 오른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닭갈비에 심취해 있을 때 나는 다른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나의 최애 아이템인 막국수를 먹어 보기로 한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막국수의 메밀향을 맡지 않고 간다는 것은 정말로 앙꼬 없는 진빵이나 마찬가지이다. 얼른 막국수를 주문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여긴 물막국수니 비빔막국수니 하는 종류가 없었다. 그저 한 가지 막국수 뿐이었다. 보통은 이런 단촐함 속에 전문가의 숨결이 서려있다. 분명 여긴 막국수도 맛집일 것이다. 벌써 식탁 위에 나와 있는 이 녀석을 보자마자 그런 내 생각이 맞구나 싶었다. 

가는 면발에 진한 메밀의 향까지 전문가적인 품격이 살아 있는 제대로 된 막국수 맞았다. 이런 귀한 맛을 여기서 보게 되다니 오늘은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뿐이다. 면이 툭툭 끊어지는 것이 메밀의 함량이 듬뿍 들어간 막국수 였고, 특유의 알싸한 식감도 바로 그 맛이었다. 다만 왜 그런지 양념이 좀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었다. 나에겐 좀 매웠다. 하긴 포천의 철원 막국수도 양념이 센 것으로 유명하니 이런 것도 일종의 컨셉일 수 있다. 면이 너무 좋아 조금은 양념이 센 느낌이었지만 만족스러웠다. 내가 그렇게 막국수에 심취하고 있는 사이 우리 식탁은 라면 1개, 볶음밥 1개 라는 특이한 추가 주문이 이어졌다. 라면과 밥을 동시에 볶다니 이런 방식은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다. 

그런데 막상 볶아 보니 잘 안 어울리는 것 아닐까 싶은 처음 예상과 달리 무척 자연스러우면서 푸짐한 추가 메뉴가 되었다. 미리 익혀오는 라면이 바로 신의 한 수 였다. 거기에 기름 양념이 흥건한 팬 위에서 직접 볶는 밥의 맛이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는 그래서 더 입맛 다시게 만드는 바로 그것이다. 닭갈비로 일가를 이룬 집답게 이곳은 닭갈비에 관한한 전문가 적인 포스가 물씬 풍겼다. 다만 내겐 좀 달다고 할까? 그 달달함이 좀 심하다 싶은 조금만 덜 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그런데 뭐 요즘 어디가나 이 정도 단 것은 달다는 축에도 들지 못하니 그걸 타박하는 것도 아니긴 하다. 아무튼 참 맛나고 즐겁고, 헤어지기 아쉽고 그런 복합적인 감정과 만족이 함게 하는 추억의 점심만찬이었다. 역시 본고장은 다르구나 싶은 그런 감동!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