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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예전 감성으로 제대로 대접받은 느낌이 드는 경양식 한 끼, 포천시 선단동 브라보 경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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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양식이라는 장르는 요즘 거의 보기 드문 식당 업종이다. 양식이지만 뭔가 좀 가벼운 느낌의 간단한 식당이라는 의미의 경양식 집들이 과거엔 정말 많았다. 제대로 된 양식을 구경하기 힘든 시절에 이것이 양식인지, 경양식인지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어릴 때 그냥 칼로 뭔가를 썰어 먹는 것은 무조건 다 양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본에서 건너온 돈가스 건, 비프스테이크 건 모두 양식이라고 믿었다. 사실 그 시절에도 비프스테이크나 함박스테이크, 즉 햄버거 스테이크는 잘 먹지 못했다. 돈가스보다 월등히 비쌌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오므라이스 아니면 돈가스를 선택했다.

 

뭔가 즐거운 일이 있을 것 같은 '브라보 경양식' 집은 선단동 파출소 부근에 있다. 길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여긴 아직도 그냥 한가한 동네 안길이다. 그런데 여기에 경양식집이 생긴 것이다. 이젠 영업을 한지도 제법 된 집인데 처음엔 이렇게 생뚱맞은 장소에서 과연 경양식집이 잘 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한 번을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날이 그날이었다. 식당 안은 비교적 깔끔하고, 경양식 비슷한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했는데 한 팀의 손님들이 경양식을 즐기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면 왜 과거 우리가 돈가스를 고집했는데 알 수 있다. 이집에서 시그니쳐 돈가스는 단돈 9,000원이었다.

 

우리는 베이컨 까르보나라와 왕 돈가스를 주문했다. 천 원을 더 내면 그냥 돈가스보다 훨씬 양이 많은 왕 돈가스가 된다. 스프를 가져다 주는데 이것도 예전의 감성이었다. 에피타이저 식으로 스프를 먼저 먹는 것이 양식의 예절이라 믿었다. 솔직히 아직도 양식을 먹는 예법은 잘 모른다. 다만 이런 에피타이저가 우리나라엔 없다보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오이피클과 깍뚜기를 조금 주는데 아마도 깍뚜기는 찾는 이들이 많아 한국식으로 특별히 준비한 것이리라. 그리고 딸기잼과 모닝빵을 주는데 이 빵이 아주 일품이었다. 어찌나 고소하고 버터의 풍미가 살아 있던지 추가하여 먹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먼저 나온 것은 베이컨 까르보나라 파스타였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부드러운 크림의 풍미가 그만이다. 거기에 잘 익은 파스타 면이 들어가니 참 고소하고, 달달하면서, 기름진 한 끼가 된다. 모닝빵을 아껴두었다가 이 크림 소스에 빵을 넣어 먹을 것을 그랬다. 가격이 아주 싼 편은 아니지만, 양은 넉넉했다. 굳이 다른 메뉴를 더 추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식사가 될 만한 양이었다. 고소한 풍미가 어찌나 강하던지 먹는 사람보다 앞에 앉은 사람이 더 입안에 침이 고였다. 잘 갈아 넣은 치즈와 여러 야채들도 훌륭한 고명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냥 저렴하게 파는 분식집 까르보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어온 파스타였다.

 

왕 돈가스는 돈가스가 두 장이 있는 것이었다. 제법이 양이 꽤나 많았다. 돈가스도 결국 튀김인 셈인데 과연 어떤 온도로 어떤 기름을 써서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온도일텐데 여기 돈가스는 아주 좋은 온도에서 적당하게 잘 튀겨낸 음식이 맞았다.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면서 나이프로 썬다는 느낌보다는 자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바로 우리가 기억하는 예전 감성의 돈가스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집의 돈가스는 아재들도 아주 좋아할 만한 감성을 가졌다고 하겠다. 마요네즈를 바른 마카로니도 오랫만에 먹어 보았다. 집에선 잘 먹지 않는 양배추 샐러드도 아주 좋았다. 글쎄 뭐랄까 예전 감성의 식사 대접을 받은 그런 풍만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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