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신북면 하심곡에는 오리고기 집들이 모여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고향나들이라는 아주 큰 식당이 원조라는 말들이 많은데 이집의 장사가 잘 되면서 비슷한 컨셉의 식당들이 인근에 모여 함께 영업을 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정확한 유래는 모르지만 아무튼 일대는 꽤나 많은 오리고기집들이 있다. 이날 우리는 단체로 70여 명이 함께 이집을 예약하고 갔다. 이름은 오리일번지라는 곳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가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크고, 깔끔하고, 맛이 참 좋았다. 오리 고기를 먹으면 다른 고기들보다 몸에 더 좋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이날은 보신은 한 날이라 하겠다.
예약하고 갔기 때문에 테이블은 셋팅이 되어 있었다. 그냥 봐도 꽤 신선해 보이는 오리고기가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거기에 벌건 숯불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이날 일정이 많아 배도 고프고, 심신이 지쳐있었는데 이런 테이블 차림을 보니 식욕이 마구 솟아 올랐다. 7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평소 오리를 즐겨 먹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통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아 오랫만에 다들 신선하고 맛난 오리를 먹는다는 생각에 들떠 있는 모습들이었다. 하긴 개인적으로도 거의 6개월 만에 오리고기를 먹는 것 같다.
오리고기는 돼지고기보다 빨리 익는다. 그말은 타기도 쉽다는 말이다. 기름이 돼지보다 적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함께 앉은 사람들에게 오리는 살코기보다 껍질이 맛나고 영양도 많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평소 오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꾸 살코기만 먹으려고 한다. 다소 퍽퍽한 오리 살코기는 기름지고 쫄깃한 껍질보다 맛이 훨씬 덜한대도 말이다. 북경오리도 가장 맛있다는 부위가 바로 껍질이 아니던가? 그러다 몇 번을 종용하니 그제야 잘 익은 오리 껍질을 먹어보고는 그 말이 맞다면서 껍질에 홀릭들 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전문가 말을 들으라니까...
다들 배가 고팠는지 먹는 속도가 엄청 빨랐다. 벌써 로스구이를 끝내고 주물럭으로 넘어간 팀도 있었다. 이건 뭐 전쟁터에 나간 군인들 마냥 전투적으로 먹는 모습이었다. 하긴 점심을 일찍 먹고 벌써 7시 넘었으니 배가 고프고도 남을 시간이긴 하다. 아무튼 막걸리에 소주에 오리고기까지 정말 입안으로 넣기에 바빴다. 사실 오리고기도 돼지고기도 안주로 먹을 경우 이렇게 속도전으로 먹을 것이 아니라 조금씩 구우면서 음미하듯 먹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일단 배를 채우고 보자는 마음들이었다.
오리 주물럭은 제육볶음과 맛이 흡사하다. 그냥 먹으면 이게 오리인지 돼지인지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다. 우린 거의 한 시간 만에 로스구이와 주물럭과 냉면에 숭늉까지 모두 때려 먹었다. 다들 맛나다는 엄지척을 해주어 여길 예약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맛있는 고기와 술이 있다면 우린 어딜가든 늘 만족할 것이다. 거기에 이런 좋은 동료들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날의 저녁 회식은 그런 의미에서 모두를 위한 즐겁고, 행복한 자리였다고 본다. 오리 고기 맛도 일품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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