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중국 음식은 기름지고, 느끼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당연한 일이다. 중국 음식은 거의 대부분이 일단 기름에 볶고, 튀기기 때문이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한식과 비교하면 정말 넉넉한 기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열량도 높고, 건강에도 안 좋다는 말을 듣곤 한다. 열량이 높은 것도 결국은 기름에 볶거나 튀기기 때문인데 이런 중국 음식의 특징은 고소하고, 진한맛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긴 하다. 그런데 중국 음식이면서 담백하고 진한 맛이 난다면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이집이 바로 그런 집이었다.
이천시 중리동에 있는 심차이 라는 중국집이다. 과거 이천시청이 있던 이 동네는 이천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에 하나란다. 이천을 별로 가보지 못한 외지인 입장에서는 거기가 거기 같지만 슬쩍 봐도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번화가가 맞는 것 같다. 그런 시내에 있는 중국집이다. 외관부터가 중국집이라기 보다는 분식집인 것처럼 깔끔하고, 산뜻한 느낌이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실내는 많은 손님들이 있었다. 여기가 맛집이 맞는다 보다. 우린 간짜장과 콩국수, 잡채밥과 그리고 짜장면의 영원한 단짝인 탕수육도 주문했다.
그런데 탕수육의 비주얼이 뭔가 달랐다. 요즘 유행하는 꿔바로우 비슷한 모양인데 훨씬 바싹하고 딱딱한 느낌이었다. 여긴 전형적인 찍먹을 권장하는 집으로 따로 나온 소스를 과감하게 탕수육 고기 위에 부어주지 못할 것 같았다. 짜장면과 함께 먹기에는 찍먹이 부먹보다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잡채밥은 전형적인 중국집 잡채 모양이었다. 어릴적 뭔가 잘한 일이 있으면 어머니께서 꼭 잡채밥을 사주시곤 했는데 오랫만에 중국집에서 잡채밥을 만나니 잠시 예전의 추억이 떠올랐다. 전체적으로 기름의 사용을 아주 억제한 듯한 담백한 맛이 특징이고, 간이 세지 않은 감칠맛이 아주 좋았다.
여름에 먹는 중국집 콩국수도 별미이다. 일반적인 국수집들과 달리 중국집의 콩국수는 면이 짜장면과 비슷하게 굵기 때문에 다른 식감을 가지고 있다. 마치 칼국수를 콩국물에 말아 먹는 맛이랄까? 아무튼 소면이나 중면으로 만드는 보통의 콩국수와는 분명 다른 맛이다. 이집의 간짜장은 담백함이 좋았다. 여기도 분명 기름에 볶은 재료들과 춘장을 사용했을텐데 들어가는 기름량을 억제했는지 담백함이 살아 있었다. 이런 간짜장은 먹어도 덜 느끼하고 부담이 적다. 하지만 야채 재료 본연의 맛은 살아 있다. 개인적으로 딱 원하는 맛이다.
탕수육부터 간짜장까지 결국 다 기름지고 중국음식스러운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담백함이 살아 있어 괜찮았다. 중국음식이라 하면 이런 담백함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곳이라 하겠다. 중국집이지만 한식같은 곳이라 할까? 곁들인 짬뽕국물 한 모금에 담에 오면 짬뽕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곳이라 하겠다. 이천에서는 많은 중국집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더 맛난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점심으로 먹은 간짜장과 탕수육은 오랫동안 생각인 날 것 같다. 중국 음식 같지 않은 맛난 중국요리다.
'맛있고 행복한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할머니 집에서 편안하게 밥먹는 느낌이 물씬나는 밥집, 포천시 소흘읍 욕쟁이 할머니집 (0) | 2024.07.08 |
---|---|
오리고기의 고향이라는 하심곡에서 만난 맛있는 오리직화구이, 포천시 신북면 오리일번지 (0) | 2024.07.07 |
맛도 좋고, 분위기도 괜찮고, 서비스는 특별히 만족스런 곱창집, 양주시 삼숭동 인생역전 소곱창 (0) | 2024.06.30 |
닭고기와 막국수를 함께 먹는 특이한 컨셉, 그런데 이게 괜찮다. 충주시 강적들 중앙탑 면옥 (0) | 2024.06.24 |
많이 익숙한 맛이 나는 돼지고기 짜글이의 정체는... 포천시 어룡동 포천 맛집신서방 (0) | 2024.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