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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외할머니 집에서 편안하게 밥먹는 느낌이 물씬나는 밥집, 포천시 소흘읍 욕쟁이 할머니집

by jeff's spot story 2024. 7. 8.

고모리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밥집이 있다. 식당의 업력도 오래 된 곳이지만 '욕쟁이 할머니' 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오래 전 욕쟁이 할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가끔 들린 적이 있다. 솔직히 그 당시에도 식당이 워낙 장사가 잘 되었기 때문에 손님들이 밀려 들었고, 실제 할머니가 욕하는 모습을 본적은 없다. 아마도 식당 개업 초기에 그런 정감어린 욕쟁이 할머니 심볼이 생긴 것 같다. 욕쟁이 라는 컨셉이 한동안 유행하듯 많이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밥집만이 아니라 술집이나 가게에서도 이런 컨셉이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좀 안 맞지만 말이다. 

 

세월이 꽤나 지났지만 욕쟁이 할머니 집은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냥 시골에 있는 외할머니집 같은 느낌의 밥집이다. 처음엔 꽤나 저렴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일인분에 1만원이다. 그냥 저냥 무난한 가격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오는 반찬 수나 내용을 보면 가성비가 좋은 곳임을 금새 알 수 있다. 음식의 맛이란 것이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다를 수 있고, 밥도 어떤 반찬이나 내용을 넣었으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곳에 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밥을 먹을 수 있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시래기정식이라는 것이다. 시래기가 들어간 찌개가 메인 반찬으로 나오며 여러 밑반찬들과 제육고기가 조금 나오는 방식이다. 그냥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집밥이다. 나중에 누룽지 숭늉이 나오는 것도 참 정감어린 일이다. 반찬의 간은 좀 센 편이다. 간간한 반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밥을 많이 먹게 될 수 있다. 야채나 반찬은 언제든 리필이 된다. 솔직히 밥집에서 반찬을 여러번 가져다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맛이 없다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다. 밥은 여러 명이 한꺼번에 받아서 덜어 먹는 방식인데 양이 제법 많아 왠만한 성인 남자들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이다. 

 

찌개와 달리 부드러운 크림처럼 생긴 콩비지가 나오는 것도 이집의 특징이다. 떠 먹어보면 그 부드러움에 다시 한 번 엄지척을 하게 된다. 보통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는 다시 찌개로 끓여 먹는 것이 상례지만 여기는 이것을 마치 손두부처럼 떠 먹을 수 있게 내어준다. 그런데 이 콩비지가 만능이다. 밥과 먹어도 되고, 고기와도 잘 맞는다. 원래 비지란 음식이 이렇게 다른 음식들과의 조화가 좋은 것이었던가? 제육고기는 달달하면서 부드러운 돼지고기로 앞다리 살을 사용한 것 같았다. 흔히 맵게 양념하는 제육볶음과 달리 여기는 불고기처럼 달달하면서 부드러운 맛이다. 

 

거기에 간이 듬뿍 밴 시래기를 얹어 밥을 먹으면 정말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음식은 우리 몸과 잘 맞는 우리네 것이다. 추가로 주문한 들기름 붙임 두부도 제맛이다. 솔직히 이런 음식들은 막걸리아 함께 먹어야 한다. 하지만 점심이고, 일행 중에 술 먹는 사람이 없다보니 퍽퍽하게 그냥 밥만 먹었다. 좋은 음식과 술 한 잔은 조화 그 자체인데 말이다. 시간이 좀 일러서였는지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집은 식사 때 오면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이런 밥집이 근처에 없기도 하지만 뭐랄까 정감이 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