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이라면 누구 못지 않게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쌈밥 집에 가면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쌈채소를 많이 먹는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내촌면 47번 국도변에는 유난히 쌈밥집들이 많다. 이 근처에 쌈 농장이 있는 것인지 신선한 채소가 잘 나는 것인지 그 이유는 모르지만 지나면서 한 번 들러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쌈밥 집들 중에 우리는 가게 밖 주차장에 차들이 많은 집을 골라 들어가기로 했고 그래서 간 곳이 바로 이곳 서파검문소 부근의 내고향 쌈밥 집이었다.
평소에도 우렁쌈밥을 즐기는 우리는 그 메뉴를 주문하려다 쌈밥 정식을 시켜야 돌솥밥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고 정식으로 두 개를 주문했다. 사실 제육은 잘 먹지 않지만 워낙 돌솥을 좋아하는 마눌을 위해 이날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야 뭐 돌솥이든 그냥 공기밥이든 상관하지 않지만 누룽지와 구수한 돌솥밥을 평소에도 아주 좋아하는 마눌이다 보니 이날 만큼은 그녀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점심 시간이 좀 안 된 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안은 그렇게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이곳의 위치상 대부분의 손님이 차를 타고 오기 마련이고 아마도 이 근처 주민보다는 외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들어 오면서 아주 익숙하게 주문들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처럼 정식을 주문하는 모습을 보았다. 음 이러면 우리도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다.
마치 레스토랑처럼 이집은 에피타이저로 호박죽을 조금 내어 준다. 부드럽고 달달한 맛이 일품이지만 내 입엔 좀 과하게 달았다. 요즘은 다들 너무 달게 먹는다. 조금만 덜 달았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뒤이어 반찬들이 등장했는데 특이한 것은 우렁의 크기였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큰 우렁이는 본적이 없을 정도로 우렁의 크기가 대단했다. 밑에 있는 쌈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렁의 크기는 우람했다. 그리고 나오는 여러 반찬들은 그냥 쌈밥집이 아니라 가게 벽에 붙어 있는 안내글 처럼 쌈으로도 먹고 비빔밥으로도 먹는 이집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물론 반찬들도 달달했는데 그건 좀 아쉬웠다. 조금만 덜 달았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렁쌈장이 너무 맛이 좋아 우리는 정신없이 쌈을 싸 먹었고 대부분의 손님들이 쌈 리필을 하지 않는데 우린 무려 네번이나 리필을 해서 먹었다. 정말이지 나중엔 다 먹고 트름을 하는데 채소 냄새가 올라 올 정도로 그렇게 원없이 쌈을 싸 먹었다. 그만큼 쌈의 신선도나 맛이 정말 좋았다. 이건 마치 바로 옆 텃밭에서 쌈채소들을 뜯어다 씻어 내 놓은 그런 느낌이었다. 평소 밥을 많이 먹지 않는 나도 정말 오랫만에 열심히 밥을 쌈에 싸서 먹었다. 하도 열심히 먹다 보니 우린 거의 한 시간 이상을 앉아 이집의 쌈채소들을 축냈다. 그래서일까 정말 나올 때 포만감과 만족감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이 집의 쌈은 한동안 생각이 날 것 같다. 다음에도 우리는 이 정식을 먹게 될 것 같다. 참 즐거운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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