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역전의 용사들이 모이는 저녁 송우리 모처에서 회동을 하기로 했다. 과연 오늘은 어디가서 저녁과 술을 마셔야 잘 했다는 평을 들을까? 송우리에 그렇게 식당이 많지만 막상 어디를 가야할까 고민하다보면 늘 가던 곳을 가게 된다. 오늘은 좀 다른 곳을 가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예전에 들어 갔다가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는 바람에 그냥 나왔던 송우리 43번 국도변의 넓직한 주차장이 인상적인 강남동태찜 집이었다.
주차장만 넓직한 것이 아니라 홀도 무척이나 컸다. 예전에 아주 오랜 전엔 여기가 이 업종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때 뭘 하던 곳인지 주인은 그대로 인지 잘 모르겠다. 나야 동태 같은 생선이 좋으니 고기집보다야 이런 곳이 당연 반갑다. 미리 낙지 아구찜을 주문하고 갔지만 가게 이름이 동태인데 어찌 동태맛을 안 볼 수 있을까? 그래서 무리하여 동태전골도 더 주문했다. 과연 이 많은 음식을 우리가 먹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구원투수로 한 사람이 더 합류하여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먼저 주문한 낙지 아구찜이 나왔다. 전체적인 비주얼은 엄청 매워 보이지만 미리 맵지 않게 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생각처럼 맵지는 않았다. 달달한 맛이 강한 속칭 퓨전 스타일의 찜으로 젊은 사람들도 쉽게 달려 들 정도의 맛이었다. 술 안주로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그냥 저 안에 들어 있는 콩나물 만으로도 소주 몇 병은 마실 수도 있을 것이다. 함께 간 모두가 이런 생선찜을 좋아해서 다들 음식이 나오자 마자 열심히 젖가락 질을 했다. 즐거운 시간의 필수요소는 맛있는 음식과 맘 편한 사람들, 그리고 이런 여유있는 시간이다. 주말을 앞둔 저녁에 즐겁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참 행복한 시간이다.
뒤이어 추가 주문한 동태전골이 나왔다. 생각보다 양이 훨씬 많아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동태는 생선살보다 국물을 위주로 먹는 것이니 부담갖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는 생선살을 나는 동태전골의 진한 국물을 차지할 것이다. 이 전골 역시 찜처럼 조금 달달한 느낌이 났다. 전체적으로 찜이나 전골이나 부드러운 맛이 강했고, 생선 특유의 비리내는 없었다. 잘 손질한 느낌이고 내공이 있는 실력 같았다. 동태찌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대부분 그 비린내를 원인으로 꼽는데 그런 사람들도 여기서는 맘껏 동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두 가지를 굳이 비교 평가하자면 나는 전골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찜도 먹을 만 했지만 역시 이런 날씨엔 진한 국물의 동태탕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소주와 궁합이 잘 맞는 안주로 이만한 것도 없지 않나 싶다. 우리가 대식가 였다면 다른 테이블 사람들처럼 찜이나 전골에 밥도 함께 먹었겠지만 이나마도 다 먹지 못하고 일어서는 바람에 그 맛을 경험하지 못했다. 사실 찜의 완성은 볶음밥인데 말이다. 저녁 식사를 겸해 먹는 술자리는 항상 좀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 빨리 끝나는 법이다. 우리가 퇴근하고 다 모이는데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1차 자리는 9시도 되지 않아 끝났다. 다들 배 두드리며 포만감을 가지고 식당에서 나왔다.
주변에 있던 생선찜 집들도 없어지는 판이라 이런 집을 발견했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다만 내가 워낙 단 맛을 좋아하지 않아 조금 덜 달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함께 간 일행들의 평도 이 정도면 맛집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내가 봐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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