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서울 강남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오랫만에 영동대교 근처에서 해장국이라도 한 그릇 먹고 싶었지만 한동안 가지 않았던 터라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큰길로 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편하게 주차하고 해장국을 먹을만한 곳이 잘 발견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냥 집으로 가는 길에 의정부 금오동에 들렀다. 먹자골목이 유명한 곳이니 아침 해장국 한 그릇 할만한 곳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코로나 이후 바뀐 것이 있다면 자영업자들이 무척 힘들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먹자골목으로 유명했던 이곳도 코로나를 지나면서 상가가 많이 침체된 모습이었다. 물론 양주 옥정이나 민락동에 새로운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상권이 이동한 탓도 있지만, 분명 자영업의 어려움도 있어 보였다. 아주 이른 아침도 아닌데 문을 연 집이 거의 없었다. 예전에 그렇게 많았던 24시 해장국 이런 집들도 안 보였다. 하긴 인건비가 비싸니 그런 형식의 장사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눈이 띈 집이 바로 이집이었다. 역시나 24시간을 한다는 콩나물 해장국 집이었다.
우리는 일반적인 해장국과 굴해장국을 주문했다. 요즘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굴먹기도 부담스러운 시절이지만 푹 익힌 해장국의 굴이야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콩나물 해장국은 가장 저렴한 음식 중에 하나다. 그런데도 굴 해장국은 가격이 9천 원이었다. 이젠 아주 저렴한 해장국이라 하기도 그렇다. 그래도 이런 푸짐한 콩나물 해장국을 이른 아침에 먹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날은 그냥 다행이다 생각하기로 했다.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을 때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다행이고, 고맙다는...
깔끔한 것으로 콩나물 해장국을 따라 갈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기름기가 전혀 없는 담백한 국물과 시원한 식감의 콩나물은 언제 먹어도 부담이 없다. 거기에 밥을 말아 든든함까지 채웠으니 이보다 더 할 수는 없는 완벽한 아침 해장이었다. 이집은 체인점이지만 나름 내공이 있어 보였다. 굴도 많이 들었고, 국물도 진한 편이었다. 가장 쉽게, 누구나 만들어 내는 해장국 한 그릇에 깊은 맛을 담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깍뚜기가 맛이 좋아 두 어 번을 갖다 먹었다. 콩나물 해장국은 그만큼 김치 소비를 부추기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힐 정도로 집중하여 먹다보면 속도 든든하게 채워지고, 몸도 적당히 열이 나면서 나른한 기분이 든다. 새벽에 시달렸던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이완되는 기분이다. 이상하게도 집에선 이런 맛이 잘 나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문집의 콩나물 국밥이 훨씬 맛이 좋다. 간단한 음식이지만 먹는 이에게 주는 만족감은 참 큰 것이다. 시원하고 뜨끈한 국밥이 주는 행복이다. 시원하면서 뜨끈하다는 말이 맞는 표현이긴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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