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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일본에서 보기 드문 큰 규모의 관광지 식당인데 맛는 괜찮네, 교토 아라시야마 세이슈강 일식당

by jeff's spot story 2024. 2. 13.

아라시야마는 워낙 좁은 면적에 여러 볼거리가 몰려 있어 관광객들이 몰리는 계절이나 시간 때면 절대 식사를 맘놓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미리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에 제법 크기가 되어 보이는 이 집을 미리 보고 갔다. 그래야 우리가 그래도 피곤한 몸과 다리를 쉬면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관광지에 어울리는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의 이 식당도 역시 파는 메뉴는 비슷했다. 밖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메뉴들이 대부분 덮밥 아니면 소바 종류였다. 


우리가 들어 간 시간이 거의 12시가 다 된 시간이다 보니 한창 식당에 손님들이 몰리고 있었다. 마치 우리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을 연상케 했다. 주문을 받기 무섭게 종업원이 PDA로 주방에 주문을 입력하다 보니 방금 주문한 메뉴도 바꿀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이번에 먹은 이 두부 덮밥보다는 장어 덮밥을 먹고 싶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자리를 잡고 앉아 오랫동안 걸었던 다리를 쉬면서 천천히 식당을 둘러 보았다. 규모는 크지만 다른 집들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손님들이 밀리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맛이 별로라는 의미인가? 하도 음식이 빨리 나오니 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이런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 분명하다. 


일본어를 잘 하는 아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메뉴판을 보면서 손짓, 몸짓으로 주문을 해야 할 것이지만 여유있게 이게 뭐냐? 저게 뭐냐 하면서 아주 꼼꼼하게 메뉴를 보면서 음식을 골랐다. 우리네 김밥 천국 보다도 더 많은 음식 종류를 자랑하는 이집의 시스템을 볼 때 분명 냉동 음식을 그냥 데워 주는 방식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야 어떻게 이 많은 종류의 메뉴를 단번에 만든단 말인가? 아무튼 맛만 괜찮으면 다 용서가 되는 법, 우리는 나의 두부덮밥 정식과 마눌의 튀김 소바세트 그리고 아들의 오야꼬동이라는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간장 양념 계란 닭고기 덮밥을 주문했다. 가격이 제법 비싼 편이라 그래도 기대를 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정말 5분도 채 안 되서 이 음식들이 다 나왔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주문한 두부 덮밥이 제일 시원치 않았다. 아들의 오야꼬동이나 마눌의 튀김 소바 세트는 나름 괜찮은 맛이었다. 그래서 새롭고 처음 먹는 음식을 주문할 때는 약간의 모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내가 언제 오늘이 아니라면 이렇게 생긴 두부덮밥을 먹어보겠는가? 맛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순두부에 간장 양념을 넣고 밥에 비빈 것이라 글쎄 특별한 맛이 난다고 하기 어려운 덮밥이었다. 소바는 그런대로 괜찮아서 쯔유에 찍어 먹는 맛이 나름 좋았다. 작은 그릇에 담겨 있는 쯔유가 어찌나 짜던지 마눌은 물을 넣어 희석을 하고서 먹었다. 참 이상하지 사람 입맛이 다 비슷할 텐데 왜 이리 짜게 먹을까? 다행인 것은 아들의 덮밥이나 내 덮밥은 그렇게까지 짜진 않았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식감의 두부덮밥은 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그런 식감이었다. 


오야꼬동을 맛나게 하는 식당에는 한 두 시간 줄 서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할 만큼 일본 사람들이 이 간장 계란 닭고기 덮밥을 엄청 좋아한다. 사실 별 맛은 없다. 그냥 달달한 간장에 계란을 풀고 거기에 잘 양념된 닭고기를 함께 넣고 끓이다가 밥에 부어 덮밥 형식으로 먹는 그냥 일반적인 식사이다. 그런데 왜 이리 이 덮밥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본 사람들은 소비자가 조금은 손해 보는 듯한 느낌으로 밥을 사 먹는다. 물도 맘대로 못 먹어, 반찬도 맘대로 못 주문해, 음식도 서비스 없이 주는대로만 먹어... 참 야박한 주인장들이 많은 것 같은데 다들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절대 한국 요식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런 풍경을 보면서 과연 한국적인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일본식이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 식당들이 일본식으로 바뀌는 불상사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사람 많기로 유명하다는 아라시야마 관광지에서 부리나케 점심을 해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