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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주인장이 직접 요리를 배워왔다는 30년 전통의 닭갈비, 포천시 포천동 춘천왕닭갈비

by jeff's spot story 2024. 2. 12.

갑자기 저녁 약속이 잡히면서 장소도 전엔 전혀 가보지 못한 곳으로 정해졌다. 포천에 이런 오래된 닭갈비 집이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포천이란 곳이 좁은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예기치 못한 새로운 장소를 자주 만날 정도로 꽤나 넓은 곳인가 보다. 이곳 주인 아저씨 말로는 이 자리에서만 30년 동안 닭갈비를 팔았단다. 하지만 나는 이런 곳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이곳에 이런 맛집이 있을 줄은 말이다. 포천 시내에서 예전엔 아주 번화했던 곳이지만, 이젠 지나 다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이곳은 강병원 사거리에서 보건소 방면으로 길을 가다 좌회전한 골목 안쪽의 상가이다. 내가 어릴적엔 이곳에 경향극장이라는 영화관도 있었고, 빵집도 있었고, 다방과 술집도 많은 어쩌면 포천에서 가장 번화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과거의 영화를 거의 찾아 보긴 힘들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이다. 


그 골목 한쪽 그것도 상가 2층에 이 집이 있다. 이름하여 춘천왕닭갈비 라는 식당이다. 일부러 눈여겨 보지 않으면 잘 찾기 힘든 곳으로 전에 이 근처의 주점에 몇 번 간적이 있긴 하지만 평소엔 나도 잘 오지 않는 거리였다. 그런데 이렇게 쉽지 않은 환경에서 30년이라는 세월을 손님들과 마주한 가게라는 점에서 일단 이집의 내공은 엄청난 곳이라 하겠다. 함께 간 일행 말로는 예전에 이곳 사장님이 어디 다른 지방에서 닭갈비 만드는 비법을 당시로는 제법 큰 돈을 주고 배워와 여기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같은 그런 역사 속에 이집의 세월은 그렇게 전설이 되고 있었다.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먹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쉽게 젖가락질을 해도 만드는 사람은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필요하다. 닭갈비라는 흔한 음식도 사실 아주 맛있다고 할 수 있는 실력자의 집을 찾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래서 간단한 것이 더 어렵다고 했나보다. 이집은 요즘 닭갈비 체인점들이 다 하는 방식인 어느 정도 주방에서 익혀오는 닭갈비가 아니다. 직접 손님 상에서 익도록 거의 날 고기나 다름 없는 닭고기를 가지고 온다. 이렇게 되면 손님상에 자주 와야 하고 그만큼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왜 이런 방식을 고수할까? 그것은 미리 익혀 나오는 방식보다 이렇게 날고기를 익히면 더 닭고기 본연이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먹는 사람이 다섯이다 보니 내가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는 동안 닭갈비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미닭갈비에서도 그렇지만 이럴 땐 우동사리 만한 것이 없다. 달달한 양념에 비비듯이 볶아 먹는 우동면은 마치 일본의 볶음우동같은 맛이 난다. 이것은 또한 훌륭한 안주가 되는 법이다. 닭갈비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먹을 것이 너무 없다는 불만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닭고기는 정작 얼마 되지도 않고 야채와 다른 재료들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닭고기 이외의 다른 음식들이 더 좋다. 고구마도 떡도 양배추도 참 좋다. 이런 것들이 나에겐 주식이나 마찬가지이다. 거기에 부드럽고 쫄깃한 우동면이 들어가면 정말 또 다른 2라운드 경기가 시작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추가 메뉴인 우동도 금새 바닥이 나고 결국 우리는 마지막 코스라는 볶음밥까지 먹게 되었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치즈를 얹어 먹기로 했다. 물론 아재인 우리 일행 중에 한 사람은 치즈가 싫다고 했다. 내 이럴줄 알았다. 아재들의 입맛에 치즈가 맞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그래서 주인에게 반반씩 나누어 볶어 달라는 주문을 했다. 이러면 치즈를 즐기는 사람과 볶음밥 본연의 맛을 즐기는 사람이 모두 불만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 볶음밥이 사실 신의 한수였다. 앞에 먹었던 그 어떤 것보다 이 밥이 압권으로 맛이 좋았다. 결국 우리는 이 밥을 먹기 위해 그렇게 부지런히 젖가락을 놀리며 이 커다란 팬 위를 방황했던 것이다. 


닭갈비를 워낙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렇게 숨은 실력자를 아직도 만나지 못했다는 점에 참으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열심히 돌아다녀야 겠구나 하는 결심 아닌 결심도 했다. 먹는 장사는 맛이 제일이라는데 이집을 보면서 그 말에 다시금 힘이 실리는 기분이다. 이렇게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용케도 많은 손님을 모으고 있었다. 이런 불리함을 극복하는 실력이라... 이집의 내공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