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동 시내에 중국집이 새로 문을 열었다. 중국집 없는 동네는 대한민국에 없겠지만 의외로 자주 가는 집이 별로 없다. 오래된 집이 한 곳 있었는데 사장님이 돌아가시면서 문을 닫아 이제 다신 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평소 중국집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있으면 먹고 일부러 찾지는 않는데 이날은 저녁으로 왠지 중국음식이 끌렸다. 그래서 생각해 낸 곳이 바로 이곳 포천동의 보배반점이었다. 오픈 한지 오래되지 않아 낮엔 빈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녁엔 손님이 좀 덜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드디어 이집을 가보게 되었다.
중국집 분위기라기 보다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깔끔하고 시원하게 인테리어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주문도 키오스크로 해야 한다. 첨단의 새로운 방식의 중국집인 셈이다. 보배반점이라는 체인점이라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보지 못했다. 아무튼 우린 저녁으로 한 잔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짜장이나 짬뽕이 아닌 양장피를 주문했다. 중국집에서 먹는 요리는 뭐든 다 괜찮지만 개인적으로 양장피를 참 좋아하기 때문이다. 덜 기름지고, 덜 자극적이면서 달지 않아서 자주 먹는 편이다. 물론 중국집들마다 맛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집은 뭐랄까? 아주 담백하고 후레쉬한 맛이라기 보다는 진득하면서 볶음의 풍미가 있는 양장피였다. 양장피가 녹말로 만든 투명한 전같은 것이 두장 들어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는데 우리야 그 전같이 생각 것보다는 아무래도 함께 나온 재료들이 더 손이 가게 된다. 볶은 야채와 지단과 고기와 생 야채들이 어우러지는 것이 중국집 음식이지만 월남쌈 비슷한 느낌의 메뉴다. 그래서 더 안주로 잘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너무 단짠맵이면 손이 덜 가게 되고 먹은 뒤에도 텁텁함이 남게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양장피의 또 다른 매력은 겨자소스에 있다. 코가 뻥 뚫릴 정도로 자극적인 겨자 소스가 조금의 기름진 느낌도 싹 날려버린다. 이런 맛 때문에 맛난 양장피를 파는 집엔 단골들이 몰리게 된다. 사실 요리 하나와 짜장면 또는 짬뽕을 먹으려고 했지만 이것 하나 만으로도 우리가 저녁으로 술 한 잔 하기에 별 아쉬움은 없었다. 중국집이지만 밖에 훤히 내다 보이는 홀에 앉아 맛난 양장피와 술 한 잔을 먹고 있으니 신선이 된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러웠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중국집에서 저녁 회식을 한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왜 그랬지?
아주 오래된 전통의 노포는 아니지만 이렇게 갈만한 중국집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참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아직도 점심시간에 이집을 가려면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배달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낮보단 저녁 회식으로 이집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같은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중국집이야 한 끼 때우려고 짜장면이나 짬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가는 손님들이 더 많지만 이렇게 시간을 낚는 강태공 같은 손님들도 많다. 이날은 우리가 그랬다. 언제 먹어도 참 한국적인 중국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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