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나 그 동네를 대표하는 대명사격인 식당이 하나 쯤 있게 마련이다. 그런 집들만 찾아 다녀도 참 재미있는 맛집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전에서 올라오는 길에 항상 지나게 되는 진천군은 예전에 사업 땜에 자주 들렀던 곳이다. 생거진천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곳에 거래처인 숯가마 회사가 있었다. 벌써 25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당시엔 '숯비누' 이런식의 기능성 비누를 많이들 만들고 팔고 했던 시절이다. 아무튼 추억이라면 추억이 있는 곳인데 이곳을 대표하는 냉면집이 있다하여 찾아가 보았다. 이름은 '오박사냉면' 이다.
이집을 찾아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첨엔 네비게이션이 고장난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여긴 차로 들어 올 수 없는 골목길이었다. 당연히 네비게이션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차를 한참 멀리 있는 예전 진천경찰서 옆에 세우고 걸어서 한 10분 정도 이동하여 이집에 올 수 있었다. 과연 이런 골목에 있는 오래된 노포가 진천을 대표하는 냉면집이 맞을까 하는 의아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집을 찾아가는 길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요즘 이렇게 주차는 커녕 차로 가기로 힘든 골목길에 있는 식당이 얼마나 있을까?
막상 가게 안에 들어서니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뭐랄까? 올망졸망 아기자기 뭐 이런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주인장의 센스도 엿보이고 재미있는 문구들도 있고 흥미진진이었다. 이 가게의 스토리는 30여 년 전 독실한 성공회 신자였던 주인장은 신부님의 권유로 냉면장사를 시작했는데, 물론 이전에도 냉면 만드는 실력이 좋았기에 그런 권유를 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시작한 가게가 장사가 잘 되고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의 명물이 되었다는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하긴 내공있는 요리사라면 남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가게를 하는 것이 지역에 봉사하는 것 맞다.
우리는 이 가게의 상징이라는 물냉면과 비빔냉면 그리고 메밀전을 주문했다. 이런 주문이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것이라 들었다. 냉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요즘의 물가를 생각하면 이집의 한 그릇 8,000원 이라는 가격은 무척 착한 셈이다. 특이한 것은 메뉴 중에 메밀 짜장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손님 한 명은 그 짜장면을 먹고 있었다. 헉! 중국집에서 먹어야 할 짜장면을 냉면집에서 더 많은 가격을 주고 먹는다? 먹어 보지 못했으니 다른 평을 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좀 특이한 광경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여긴 물냉면보다는 비빔냉면을 먹는 편이 나은 선택인 것 같다. 냉면의 맛이 아주 특이한 것은 아니지만 육수를 먹으면 뭔지 알 수 없는 묘한 감칠맛이 살짝 입가에 머문다. 도대체 뭘로 만든 육수일까? 물어 보고 싶지만 분명 영업비밀이니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생선 계통의 뭔가를 가미한 것 같은데 이런 감칠맛은 다른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것이다. 그리고 메밀전이 훌륭했다. 대충 메밀로만 간단한 전을 내주는 곳이 많은데 여긴 전집 같이 내용이 튼실한 고소한 전을 내어 주었다. 솔직히 전맛이 냉면맛보다 조금 더 나았다 할 정도로 좋았다. 결론적으로 참 만족스럽고, 뭐랄까 마음까지 채워가는 느낌! 그런 유쾌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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