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을 먹으면 확실히 속이 편하고 다음날 장도 일을 참 잘한다. 우리네 입에만 맞는 것이 아니라 몸에도 딱 안성맞춤인 영양 반찬이 바로 청국장이 아닐까 한다. 신북면 농업기술센터를 조금 지난 43번 국도변에 어느 날인가 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청국장 집을 볼 수 있다. 월요일이 휴일인줄 모르고 갔다가 한 번 낭패를 당한 적이 있는데 이날은 주말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점심 시간을 조금 지난 2시 반이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찾아 갔다.
그런데 한가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제법 손님들이 많았다. 주로 차로 이동하는 외지 사람들 같았다. 다 비슷한 생각들을 한 것이다. 입에도 좋고, 몸에도 좋은 청국장으로 휴일의 오후를 건강하게 채워 보자는 생각말이다. 다른 콩비지나 맑은 콩탕 같은 음식도 있지만 우린 역시 정공법을 택했다. 청국장 두 개를 달라고 했다. 청국장이 대표인 집에서는 일단 시그니쳐 메뉴에 집중해 보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청국장 만 먹는 곳은 별로 없고, 대개 청국장과 다른 음식들을 섞어서 먹고 있었다. 이게 더 현명한 일일지 우리가 더 나은 선택일지 봐야 알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청국장을 먹을 때 밥 따로 청국장 따로가 아니라 비빔밥으로 한데 섞어 먹는 모양이다. 아예 처음부터 커다란 대접을 가져다 주었다. 거기에 공긱밥과 반찬, 그리고 대망의 청국장을 넣고 비벼 먹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역시나 다른 테이블도 모두 그런 식으로 먹고들 있었다. 우리도 뭐 망설일 것이 없었다. 밥과 반찬과 고추장을 듬뿍 넣고, 빠지면 서운한 참기름도 넉넉하게 넣고, 마지막으로 청국장과 두부를 섞어 열심히 좌로 우로 비벼댔다.
이집의 청국장은 약간은 물이 많은 국같은 느낌의 청국장이었다. 죽처럼 걸죽하게 내오는 집들도 있지만 여긴 콩맛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조금은 자연의 맛을 살렸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부드럽고, 고소하고, 진한 것이 상상 속에서 먹고 싶었던 바로 그 청국장 맛을 재현하고 있었다. 이렇게 비벼 먹을 것이 아니라 국밥처럼 밥을 말아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 분량을 한 그릇에 내어 주었으니 그렇게 할 순 없고, 처음 생각대로 역시 비벼 먹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청국장의 물기 때문에 이렇게 비볐더니 일반적인 비빔밥 모양이 아니라 뭐랄까 개죽 같은 비주얼은 좀 아니다 싶은 모양이 되었다. 하지만 한 입 먹어보면 그 맛은 정말 미쳤다는 표현이 생각나는 것이다. 이런 청국장 비빔밥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고추장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넣었는데도 청국장이 워낙 고소하고 구수하니 그 고추장의 알싸한 맛을 거의 중화시켜 버렸다. 그래서 어디서도 먹어 본 적이 없다 싶을 정도의 새롭고, 맛있는 비빔밥이 되었다.
개인이 알아서 리필을 해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우린 세 번인가 가져다 먹었다. 반찬들이 다 괜찮았는데 특히 겉절이는 입에 착 붙는 것이 청국장과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이렇게 먹으면 정말 자연식이 되는 것 같다. 다소 MSG의 익숙한 맛이 강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문제 삼지 않으니 상관없었다. 어설프게 천연 양념을 고집한다며 맛을 내지 못하는 것보단 이 편이 훨씬 낫다. 전체적으로 청국장 집이지만 맛이 강한 편이었다. 좀 양념이 세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자꾸 밥으로 손이 갔다. 배가 불러 가는데도 멈출 줄을 몰랐다.
특히 청국장에 들어 있는 두부는 압권이다. 두부가 찌개에 다 잘 어울리는 재료지만 이렇게 진국인 청국장에 들어 간 두부는 정말 특별한 별미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부드러운 콩 역시 제맛이었다. 잘 비벼진 밥에 맛난 겉절이를 올려 함께 와구 먹는 그 맛은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이네... 무생채가 넉넉하게 큰 맛을 내지 않는 듯 뒤를 잘 받쳐 주었다. 이러니 전체적으로 조금 급하게 밥을 먹게 만드는 집이라 해야겠다. 낮에 와서 점심으로 먹으면 아마도 그날 오후 속이 아주 편안할 것 같다. 몸에 좋은 음식이 곧 나를 좋게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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