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맞는 사람들과 퇴근 후 먹는 한 잔의 소주는 영혼을 달래주는 힐링 타임을 제공한다. 아직은 너무나 더운 여름의 끝자락, 우리는 포천동에 있는 '담소포차'에서 만났다. 담소라는 말 자체가 여럿이 둘러 앉아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니까 여기는 술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 하겠다. 실내 포차치고는 제법 규모가 되는 이집은 특히 주인장의 음식 솜씨가 좋아 안주로, 식사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했다. 이집이 생긴 골목이 어느 순간인가부터 이렇게 작은 규모의 포차들이 들어선 포차골목이 된 것 같다. 이런 것도 좋은 현상이리라. 사람들 머릿속에 이 근방에 오면 좋은 술집이 많다는 인식을 하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안주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계란 후라이 한 개 1,000원이었다. 아재들은 소주를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계란 후라이를 먹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집에서 먹는다면 계란을 꼭 후라이로 해서 먹곤한다. 그런 아재감성을 잘 감안한 메뉴인거 같다. 우리는 날도 덥고 하여 매콤한 오징어 볶음을 주문했다. 동태찌개도 먹고 싶었는데 일단 불 피우고 앉아 끓이는 것이 부담스러워 먹다가 부족하면 더 주문하기로 했다. 밑반찬이 몇 개 나오는데 열무김치를 먹어보니 이집 주인장이 정말 실력이 있는 주방장인 거 같았다. 반찬들의 간이 딱 맞고, 감칠맛이 좋았다. 이런 반찬들 만으로도 소주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여기 단골인데 그가 좋아한다는 오이소박이를 특별히 주인장이 만들었단다. 우리는 모두 바로 담근 오이소박이보다 어느 정도 익은 오이소박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반찬과 배려는 너무나 고마웠다. 드디어 나온 오늘의 메인 오징어 볶음... 역시 달달하고, 불향이 살아 있는 제대로 된 볶음이 맞았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의 비주얼이라 소주 두 어 잔에 오징어 한 개를 집어 먹었다. 야채가 다양하게 들어가 이것 역시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더운 여름엔 뭐니 뭐니해도 입맛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조금은 자극적인 매콤 달콤한 것이 필요한 법이다.
이날 돌고 돌아 어쨌든 동태찌개도 주문하고 아재감성의 계란 후라이도 주문했다. 계란 후라이를 주문할 때 깜박 잊고 Sunny Side Up으로 조리해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앞 뒤로 다 익힌 계란 후라이보다는 노른자가 동그랗게 살아 있는 계란 후라이가 더 좋은데 말이다. 담에 가면 그 말을 꼭 해야겠다. 솔직히 동태찌개가 나올 무렵에는 이미 소주로 인해 좋은 나라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어떤 맛인지 느낌이 어땠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국물이 칼칼한 것이 괜찮았다는 느낌은 있다. 이런 포차가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어떻게 퇴근 후 저녁을 잘 마무리 하는가를 좌우하는 정말 중요한 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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