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고기보다 해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길거리를 지나다 해물찜 집을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간다. 이날은 안양에서 하루 지내야 하는 날이었다. 서울에서 가깝고 오래 전부터 자주 다녔던 곳이지만 안양은 가깝고도 먼 곳이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데 워낙 밀리는 구간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오래 걸린다. 이날도 거의 두 시간이 넘게 걸려 올 수 있었다. 안양은 큰 산업단지나 기업체가 있다기 보다는 배후도시로 베드타운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저녁에 시민들이 갈만한 식당이 정말 많은 곳이다. 오늘은 그 중에 해물을 파는 이집을 가게 되었다.
진아구의 안양예술공원점이라는 곳이다. 체인점이긴 하지만 진아구라는 상호는 처음 본다. 아구라는 아이템도 맘에 들고, 분명 해물찜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갔다. 조금만 늦었다면 자리도 못 잡고 나갈 뻔 했다. 겨우 한 자리 찾아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면서 뭘 주문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우리는 결국 모듬 해물찜을 주문하기로 했다. 아구찜도 좋지만 역시 오랫만에 해물의 맛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 전날 무리한 탓도 있지만 이날 하도 오랫동안 운전하며 시달렸더니 이런 맛난 음식 먹으면서 휴식할 필요가 있었다.
삼겹살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솥뚜껑을 이용한 해물찜을 주는 곳인데 요리를 올리는데만 사용하고 솥뚜껑에 직접 열을 가하지는 않는다. 특이한 것은 해물찜이 나오기 전에 팬에 두부를 구워준다는 것이다. 일종의 에피타이저인데 참기름을 두르고 두부 세 장 정도를 굽는다. 배가 고픈 손님들을 위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라 우리는 일단 해물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집의 해물찜은 옛날 방식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전분을 많이 넣어 중국음식처럼 걸죽하게 만든 해물찜이 아니다. 웍 같은 곳에서 불맛을 살려 잘 볶아낸 방식 같았다.
좋아하는 통오징어와 아구, 이리와 알도 많이 들어 있었다. 낙지도 넉넉하게 들어 있어 원기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 같은 해물찜이었다. 처음 먹을 때는 매운 줄 몰랐다. 주문할 때부터 맵지 않게 해달라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콩나물을 먹다보니 역시나 기본적인 매운 강도는 있었다. 나중엔 어찌나 맵던지... 연신 흐르는 땀을 닦느라 고생깨나 했다. 맵질에게는 이런 해물찜도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맛있게 매운 맛인데도 참 먹는데 곤욕을 치렀다. 그래도 참 오랫만에 만난 훌륭한 해물찜이었다. 요즘 주변에서 이렇게 정통방식으로 해물찜을 만든 곳이 별로 없는데 말이다.
둘이 먹기엔 적지 않은 양이라 나중에 밥을 볶거나 사리를 더 넣거나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술도 소주가 아니라 청하를 마셨다 이날은 우리도 나름의 럭셔리를 한껏 부려본 날이다. 친절한 종업원이 연신 뭐 부족하지 않은가를 묻는 정겨운 분위기에서 맛난 해물찜을 먹으니 이런 호사가 없었다. 처음 예상처럼 안양에는 참 맛있고 가성비 좋은 식당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겨우 한 집 가보고 어떻게 아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위기나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이날 먹는 해물찜 뿐 아니라 2차로 간 일식주점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술 마시려면 안양을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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