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중에 태국 사람들이 정말 많다. 중국이나 베트남 사람들이 흔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의외로 태국 사람들이 두번째 인가로 많이 일하고 있단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태국 사람들이 관광비자로 입국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즉, 불법체류 다시 말해 미등록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것은 현실이고 그래서 포천엔 태국식당이 많은 편이다. 안산이나 신림동에 중국식당이 많은 것처럼 여기는 태국 식당 거리가 있기도 하다. 이날은 그중 얼마 전에 문을 연 곳으로 가보게 되었다.
타이마렁이라는 이름의 이 식당은 정통 태국식 요리를 해주는 곳이다. 당연히 메뉴판의 음식들이 너무나 생소했다. 태국을 가 본적도 없는 사람이 정통 태국의 음식을 어찌 알겠는가? 동남아 음식들이 대부분 그렇듯 태국 음식도 일단은 볶고 튀기는 것 일색이다. 불교의 영향인지 돼지고기가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반찬들과 밥을 먹는 것이 일반적인 태국 사람들의 식단이란다. 뭘 주문해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는데 태국에서 살다 온 분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태국의 국민음식이라는 팟타이였다.
태국음식 중에 가장 많이 먹어 본 것이 바로 팟타이인데 이집의 팟타이는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적당한 기름기와 달달한 양념, 그리고 입에 착 붙는 간간함까지 아주 훌륭했다. 팟타이를 처음 먹는다는 사람도 맛이 좋다면서 연신 가져다 먹었다. 다음으로는 음식의 이름을 도저히 외울 수 없는 생소한 것들을 주문했다. 대부분이 태국에서는 아주 흔한 음식들이란다. 하지만 처음 먹어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집의 음식들이 대체로 낯설고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외에 손님이 한 팀 더 있었지만, 음식은 빨리 나오는 편이었다.
태국음식의 또 다른 대명사인 똠양꿍 비슷한 음식에 다른 뭔가가 들어간 국물요리가 나왔고, 소고기 덮밥처럼 생긴 밥도 나왔다. 조금씩 먹어보니 자연스럽게 '태국 맞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태국 국물요리에는 의례 고수를 넣어 먹는 것이 더 맛의 조화가 좋단다. 고수를 절대 먹지 않겠다는 일행이 있어 조금씩만 넣어서 먹었다. 개인적으로 고수를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본고장의 음식에 필요하다면 넣어 먹기도 한다. 볶음밥 비슷한 소고기 덮밥이 우리 입에는 잘 맞았다. 이런 음식은 솔직히 나라를 떠나 누구라도 좋아할 음식이긴 하다.
중국요리의 춘권처럼 생긴 튀긴 만두도 먹었다. 만두는 역시 중국이 본고장이라 그런지 어디서나 맛이 비슷했다. 일본의 춘권이나 태국의 춘권, 우리나라의 군만두가 맛이 다 비슷하다. 그리고 태국 사람들이 밥 먹을 때 꼭 먹는다는 야채와 말린 새우 등을 넣은 시큼한 반찬도 먹었다. 태국식 젓갈이라는 뭔가를 넣은 음식이라는데 달달하면서 짜고, 비린내가 나는 특이한 식감의 음식이었다. 더운 나라이니 만큼 음식을 익히거나 발효시켜 많이 먹는다는데 아마 이 반찬도 그런 의미의 음식인 듯 했다. 하지만 뭐랄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먹는 느낌~
마지막은 평소 먹어보고 싶었던 모닝글로리, 즉 공심채 볶음이었다. 이것도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에서는 국민 반찬이라 불리는 것이라 했다. 쌀밥과 함께 먹으면 아주 이상적인 음식이 된다. 그리고 태국식 커리를 먹었다. 태국에서는 커리를 일본이나 인도처럼 걸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처럼 맑은 국물로 먹는단다. 커리 같지가 않고 무슨 국밥 비슷한 느낌이었다. 우리가 이것 저것 하도 많이 시켰더니 주인장이 후식이라며 생소한 과일도 주었다. 이렇게 우리의 성대한 태국 만찬은 끝났다. 다소 가격의 압박이 있기는 했지만 너무 태국적이고 맛난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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