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참치라면 사족을 쓰지 못했다. 너무 좋아해서 넉넉치 못하던 시절에도 정기적으로 찾아 다녔다. 이런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날 우리는 날이 더우면 더 진가가 드러나는 맛난 참치를 먹기로 했다. 과거엔 이런 참치집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젠 주변에서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참치 원가는 오르는데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못해 영업이 힘들어 없어졌을까? 아님 참치 자체가 수급이 잘 안 되는 것일까? 아무튼 참치 마니아들에겐 슬픈 현실이다. 그래서 미리 봐 두었던 이집으로 향했다. 선단동의 강상구 참치라는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집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우리가 들어갔을 때 전기 용량 때문에 에어컨이 고장이 났단다. 수리기사가 올 때까지 한 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데 워낙 참치에 대한 욕구가 강했기 때문에 우린 그냥 선풍기에 의지하여 참치를 먹기로 했다. 이런 과감하고 무모한 도전이 또 있을까? 하지만 우린 그랬다. 가장 기본인 일인당 40,000원 짜리를 주문했다. 참치의 생명은 얼마나 잘 해동하느냐인데 일단 나온 참치를 보니 주인장의 전문가적인 실력을 잘 엿볼 수 있었다. 과연 이런 비주얼이 참치 맞다. 날이 워낙 더워 빨리 해동이 되기 때문에 우린 서둘러 먹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참치의 뱃살을 좋아하는데 기름도 많고,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참치마다 약간의 금박이 씌여 있는 것도 주인장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플레이팅 이었다. 참치는 주로 청주나 소주와 먹지만 역시 한국 사람들에겐 청주보다는 소주가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우리도 그랬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시원하면서 달달하고, 고소한 식감이 술꾼들의 술잔을 더 빨리 움직이게 만든다. 밖의 날씨가 어떠하든 우린 그냥 앞으로 전진이었다. 최근 이렇게 제대로 된 참치를 먹어 본적이 별로 없어 더 그랬다.
원래 이 가격에 이런 다채로운 구성이 나오는 것인지 더운날 에어컨이 고장나서 미안해서 그런 것인지 4만원짜리 라고 하기엔 너무 다양한 참치들이 나왔다. 황송할 지경이었다. 성게알을 올린 참치라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술 안주라 한 번에 먹어버리기엔 너무나 아쉬운 비주얼이었다. 참치는 손님들을 아주 화려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로 만들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한 사람에 몇 십만원 한다는 오마카세 집의 요리가 부럽지 않은 정말 고급진 안주였다. 이런 맛에 좀 비싸도 참치집을 찾는 것 아니겠는가?
소고기와 식감이 거의 비슷한 머리 부위도 나왔다. 이건 정말 눈 감고 먹으면 소고기인지 참치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식감이 너무 비슷했다. 그만큼 맛도 좋았다. 참치는 한 마리로 너무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하는데 과연 그 말에 수긍이 가는 순간이었다. 중간에 또 다른 일행이 오고 우리는 오랫만에 정말 제대로 된 참치의 향연을 즐길 수 있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역시 회식에 으뜸은 참치가 아닌가 한다. 이렇게 빨리 술에 취하지 말고 다음엔 천천히 참치를 즐기면서 하나씩 곱씹어 먹어야겠다. 참치는 그렇게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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