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하면 생각하는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다찌이다. 처음엔 과연 이게 무슨 음식일까 싶었다. 이름도 묘하다. 다찌라~ 일본말 같기도 하고, 토속적인 사투리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메뉴가 통영을 대표하는 것이란다. 우리가 흔히 일식집을 가면 요리사 바로 앞에 혼자 앉을 수 있게 만든 카운터좌석을 다찌라 하지 않던가? 암튼 유래는 잘 모르지만 다찌는 일종의 코스요리로 해산물이 여러 종류 요리사가 해주는 대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일식의 오마카세 같은 느낌이라 할 수 있겠네...
통영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보니 우리 숙소가 있던 항남동 인근에만 백 여개 넘게 다찌집이 있다. 다찌에 나오는 구성은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단 통영 인근에서 잘 나는 해산물이 기본이다. 거기에 생선회도 나오고, 반찬들도 나온다. 우리는 그중에 평이 좋은 이집을 선택했다. 이름하여 해녀해물다찌 라는 집이다. 보통 다찌집들이 한 사람에 40,000원 정도 하는 것에 비해 이집은 50,000원으로 가격은 비싼 편이다. 그런데 여긴 한 사람당 소주나 맥주를 한 병 준단다. 그러니까 술 값을 감안하면 일 인분에 45,000원인 셈이다.
두 사람이니까 소주가 두 병 나온다. 소주를 양동이에 얼음과 함께 담아 준다. 이것도 여기의 법인가? 아무튼 특이했다. 첫 음식으로 전복죽과 조개구이가 나왔다. 다찌는 양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둘이서 조금 먹을 정도가 나온다. 감질맛이 나는 정도지만 앞으로 나올 여러 음식들을 생각하면 소주로 목 축이고 조개를 먹었다. 사실 통영은 굴로 유명한 동네가 아닌가? 때가 조금 지나 생굴을 먹기는 부담스럽지만 이렇게 구운 굴이야 정말 고소하고 맛나다. 전복죽과 함께 먹는 에피타이저로 그만이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인 메인메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아무래도 생선회였다. 뭔 생선인지 물어 본다 하고는 묻지 못했다. 아무튼 도미처럼 보이는 회와 그 옆에 하얀색 회는 정말 맛이 좋았다. 지금이 어떤 생선이 많이 나는 철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제철의 생선일 것이다. 역시 바닷가에서 먹는 생선회는 정답이다. 회와 함께 나온 해산물들도 맘에 들었다. 특히 자연산 멍게는 아주 좋았다. 향도 진하고, 맛도 강렬하고... 이래서 자연산, 자연산 하는 모양이다. 다른 지역에선 보기 드문 멸치회무침과 말린 생선 구이도 좋았다.
그리고 정말 처음보는 음식으로 꼴뚜기 회가 있었다. 꼴뚜기를 이렇게 날 것으로 먹은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신기한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그게 맛이 괜찮았다. 역시 뭐든 현지에서는 날로 먹을 수 있구나... 아구탕도 맵지 않게 맑은 국물로 나왔다. 아구가 복 만큼이나 맑은탕이 잘 어울린다. 당연히 맛이 좋았다. 거기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고소한 전과 낙지 탕탕이도 있었다. 양이 적어 그렇지 이 정도 구성이면 역시 통영에서 다찌가 유명한 이유가 있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운탕과 조기구이, 새우치즈구이, 간장게장, 성게알 비빔밥이 나왔다. 어찌보면 일식집의 코스요리에서 봄직한 것들이지만 한국적이면서 다채로운 것이 먹는 재미가 있었다. 아주 강렬한 맛이라 하긴 그렇지만 이런 다양한 음식들을 먹다 보니 분명 대접받는 기분은 들었다. 우리가 먹는 동안 손님들이 여러 팀 왔다 갔다 했는데 6명인가 한 그룹인 손님들이 값이 비싸네, 자리가 불편하네, 손님대하는 태도가 기분나쁘네 하며 결국 먹을 것처럼 하다 나가 버렸다. 그 사람들이 떠드는 바람에 우리도 조금 맘이 좋지 않았다.
저런 진상들과 함께 먹느니 나가는 것이 나은데 주인장 입장에서는 더 기분이 안 좋았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끝에 디저트 식으로 나온 튀김까지 아주 잘 먹고 나왔다. 술 두 병을 먹었지만 딱 10만원을 내면 된다. 글쎄 비싸다면 비싸고, 합리적이라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사람에 따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겠지. 이전부터 한 번은 먹어 보고 싶었던 통영의 다찌, 이번 여행에서 드디어 섭렵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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