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털디자인 학회의 논문에는 공공시설물이 주는 영향이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미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보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가로등 하나에도 이런 공적인 디자인의 요소는 들어 있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가산면의 가로등은 보는 사람들에게 가산이라는 지역에 대한 홍보 효과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가로등은 진목사거리 부근의 가로등에 잘 나타나 있다. 포천에서 가산과 내촌은 포도가 많이 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진목사거리는 그 중간쯤에 있다. 운악산과 가까운 이곳은 포도가 잘 자라는 지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포도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과일이지만 와인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는 생과를 먹는다. 건강에 무엇이 더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네 포도는 당도가 떨어져 와인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과로 먹는 포도는 저장성이 좋지 않아 포도가 나는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아직 포도가 나오려면 멀었지만 갑자기 웬 포도타령이냐고 할 수 있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한 것이 바로 이 부근의 가로등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낮에는 잘 보이지 않고, 밤에 나타나는 도로 가로등의 부속등이다. 처음엔 ‘저게 뭐지?’ 하면서 지나쳤다. 일반적인 가로등 밑으로 뭔가 빛이 나는, 그리고 모양이 있는 불빛이 보였다. 차를 타고 하나 둘 지나면서 자세히 보니 그것은 포도모양이었다. 이런 비슷한 가로등을 다른 지역에서도 본적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지역에서 그것도 포도의 주산지에서 보게 되니 얼마나 반갑던지... 색도 여러 가지다. 분명 공공디자인으로 신경을 많이 쓴 시설물이다. 가산과 내촌의 포도를 잘 표현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공공디자인이 보는 사람의 심리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지 않던가?
포도모양 가로등은 그렇게 많이 설치된 것이 아니다. 진목사거리에서 내촌 시내까지 이어지는 비교적 짧은 구간에 있다. 하지만 참 보기 좋았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디자인은 그 지역을 상징하는 존재로까지 부각되기도 한다. 작년 부산의 광안리에는 부산을 상징하는 공공디자인 카림 라시드 가로등을 설치하여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바 있다. 물론 부산처럼 많은 예산을 들이는 것이 효과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산면의 도로에서 느낀 것처럼 기존에 있는 일반적인 가로등에 작은 변화만 주어도 효과는 클 수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산면 도로의 포도 가로등처럼 긍정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고, 이런 변화를 포천 전체에서 느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작은 변화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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