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처럼 삭힌 음식의 독특하고 강렬한 맛을 쉽게 다른 음식으로 대체가 되지 않는다. 삭혔다는 말은 썩었다는 말로 발효가 된 음식에서 나는 강한 향과 아주 특이한 맛은 일반인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이상한 음식이지만 먹어보고 맛을 아는 이들에게는 자꾸 생각나는 최애 아이템이 된다. 사실 김치도 그런 것이고, 술도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강렬한 발효음식은 홍어가 아닌가 한다. 호불호가 너무나 갈리는 이 음식에 빠지면 헤어 나올 길이 없다고도 한다. 이날은 그런 홍어를 포천에서 어쩌면 가장 제대로 하는 집이라 불릴 만한 곳에 갔다. 이름은 서울식당이다.
이날의 회식은 홍어를 먹기 위함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젊은 직원들에게 홍어는 넘기 힘든 벽인 것이 사실이다. 해물찜을 먹으러 간 것이긴 한데 홍어 전문점에 와서 그냥 간다는 것이 아쉬워 우린 홍어의 애를 주문했다. 홍어 중에서도 가장 강한 맛을 낸다는 홍오애는 홍어의 간이다. 물고기치고는 간의 사이즈가 엄청 큰 편이라 홍어를 삭히면서 간도 엄청난 향과 맛을 갖게 된다. 비주얼이 남달라 이것도 쉽게 접근이 되는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매니아들에겐 없어서 못 먹는 것이다. 사실 홍어애도 소주보다는 막걸리와 먹어야 궁합이 잘 맞는데 그놈에 통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소주를 마셨다.
푹 끓여낸 미역국이 상위의 포인트를 찍고 있을 때 우리가 주문한 해물찜이 나왔다. 푸짐해보이고 맛있게 매워보이는 비주얼이었다. 해물이 튼실하게 들어 있고, 국물이 거의 없는 볶듯이 만들어 온 해물찜이다. 일단 해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몸값이 나가는 안주를 만나면 너무나 기분이 좋다. 해물도 홍어 만큼이나 대체가 어려운 먹을거리가 아니던가... 미처 몰랐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사람들보다도 해물을 몇 배는 더 먹는단다. 특히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먹지 않는 것을 우리는 먹고 있단다. 예를 들면 개불이나 골뱅이 같은 것들 말이다. 근데 다른 나라에선 왜들 안 먹지? 맛난데...
오랫만에 맘에 드는 안주를 만나서인지 이날도 제법 속도를 올렸다. 이렇게 마시다간 분명 뭔가 일이 터질 수도 있는데 브레이크가 없었다. 원래 두 세 명이 먹을 때보다 이렇게 떼거지로 앉아 술을 마시면 더 먹게 된다. 분위기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누군가 자꾸 마시라고 강권을 한다. 뭐 그런 것이 싫지만은 않지만 말이다.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고, 밖에서 먹는 이들도 있었다.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곳이란 증거이다. 가격이 제법 나가는 아이템들이지만 이렇게 평일에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실력이나 맛이 검증되었다는 것이리라. 하긴 그러니까 우리도 여기까지 왔지~
해물찜이 너무 빨리 사라져 우겨서 동태찌개를 주문했다. 원래 이렇게 안주발을 세우지는 않는데 말이다. 이상하게도 요즘 회식을 할 때 꼭 마지막에 동태찌개를 먹곤한다. 마치 횟집에서 회 다 먹고 매운탕 주문하는 것처럼 그런다. 그래서 솔직히 동태탕의 맛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홍어애나 해물찜의 맛으로 미뤄 보건데 분명 맛이 괜찮았을 것이다. 동태탕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안주도 되고, 밥반찬도 되는데 이렇게 호사를 누렸으니 이날의 만남은 참 행복한 이벤트라 하겠다. 여기는 반찬들도 그렇고 정말 남도에서 실력을 쌓은 주방장이 일하는 곳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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