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먹는 국수 한 그릇은 어쩌면 즐거운 소풍 같은 음식이다. 집에서도 해 먹을 수 있는 것이 국수라지만 왠지 실력좋은 요리장이 해주는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 가장 흔한 음식이지만 제대로 맛을 낸 국수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날 우리는 신읍동 터미널 근처의 국수집을 갔다. 지나면서 유심히 보아둔 집이다. 약간은 골목 안쪽에 있어 대로변으로만 다니면 지나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국수 좋아하는 사람 눈에는 아주 크게 보이는 집이기도 하다. 이름은 '아빠국수' 집이다. 아빠가 만드는 맛난 국수는 언제나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장해주는 것 아닐까?





가게 안은 밖에서 볼 때보다 더 커보였다. 이집이 영업을 하기 전에도 식당자리였던 것 같은데 이전엔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신읍동 시내는 사실 상권이 많이 축소되었다. 지방 경제의 암울한 현실이 느껴지는 단면이 있다. 그렇지만 계속 식당이나 술집은 생기고 없어지고 한다. 사실 자영업은 선택이라기 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필수일 수도 있다. 아무튼 여기 새롭게 국수집이 들어섰다는 것은 아주 즐겁고 기분좋은 일이다. 우리는 비빔국수와 만두 그리고 김밥도 주문했다. 처음 온 집이니 이것 저것 먹어봐야 제대로 된 맛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참 특이한 것은 비빔국수의 맛이었다. 아주 오래 전 집에서 먹었던 거의 잊혀진 자연스러운 맛이었다. 보통 시중에서 파는 소스를 쓰는 법인데 여긴 고추장을 기본 베이스로 하여 직접 양념장을 만든 것 같았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맵지도 않은 것이 정말 오래 전 집에서 먹던 맛이었다. 어떻게 이런 맛을 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다녔도 감리교회에서 성가대를 위해 주일 점심은 이런 비빔국수를 내어주곤 했었다. 그 때 곁다리로 끼어서 함께 먹었던 잊을 수 없는 그맛이 났다. 참 희안하다. 젊어보이는 주인장도 이런 맛을 내다니 말이다. 김밥도 집에서 말아 놓을 것 같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달지 않은 만두도 맘에 들었다. 아빠국수라는 상호와 달리 여긴 김밥 맛집이었다. 이런 자연스럽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입에 착 붙는 김밥이라면 분명 주변에서 많은 이들이 김밥 먹으러 올 것 같다. 만두는 일반적인 공장만두같았지만 역시 맛이 좋았다. 점심으로 먹는 분식같은 한 끼가 참 푸짐하고 꽉찬 느낌이었다. 그래도 뭔가 허전한 것 같아 우리는 파전까지 주문했다. 파전의 가격은 9,000원이다. 참으로 착한 가격이다. 나중에 나온 파전을 보니 이것 역시 집에서 내가 먹기 위해 만든 것 같은 그런 비주얼과 맛이었다. 여기는 전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요즘 시중의 흐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집이라 하겠다.




사실 이런 파전을 점심 식사로 먹는다는 것은 일종의 죄악일 수 있다. 어찌 막걸리나 소주도 없이 먹는단 말인가? 짜거나 달지 않은 반죽에서 나오는 밀가루의 진하고 자연스러운 맛이 입에 착 감겼다. 아~ 이런 파전은 이렇게 그냥 맹숭맹숭 먹으면 안 되는데... 우리가 식사를 하는 사이 손님들은 계속 들어왔다. 주로 아줌들이었다. 역시 분식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인가 보다. 하지만 아재인 사람도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깔끔하고 깨끗한 실내 만큼이나 맛도 그랬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김밥이야기에 더해 제대로 맛을 내는 김밥집을 하나 더 알게 된 셈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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