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9시에 낯선 동네인 신길동에 갔다. 포천에서 보면 서울의 가장 접근하기 힘든 곳이 바로 영등포구나 구로구 같은 곳이다. 막히는 도로 사이를 누비면서 서울시내를 관통하여 와야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날은 휴일의 이른 아침이라 그렇게 밀리지 않았다. 그래도 소흘읍에서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정말 힘든 여행길이다. 간단하게 일을 마치고 그 때까지도 챙겨먹지 못한 아침을 먹기 위해 여기 저기 둘러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안전하게 주차를 하고 한 끼를 먹을만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는수 없이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근처의 김밥집으로 가기로 했다.
김가네라는 체인점 김밥집인데 이런 상호는 포천에서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있었던가? 아무튼 김밥천국처럼 익숙한 상호는 아니다. 그래도 이른 아침에 맛난 김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어찌나 반갑던지...원래 잘 모르는 동네에 가면 가장 흔하게 늘 먹던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우리는 김밥과 순두부찌개 그리고 떡볶이를 주문했다. 가격이 조금 싼 편이지만 모든 것은 손님이 셀프로 해결해야 했다. 물도, 반찬도, 음식을 가져가는 것도 다시 반납하는 것도 모두 알아서 해야 한다.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데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한 15여 분 정도 기다리는 동안 어찌나 배달이 많이 나가던지... 서울 사람들의 바쁜 하루를 보는 것 같아 신기했다. 아침 9시부터 집근처의 분식집에 뭘 그리 많이 주문해서 먹는단 말인가... 이집은 홀에 방문하는 손님보자 이렇게 주문하여 먹는 손님들 덕분에 가게가 운영되는 것 같았다. 신기한 듯 라이더들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다 보니 우리 음식도 나왔다.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익숙한 음식이다. 하지만 너무나 정겹고, 군침이 도는 아이템이다. 그리고 의외로 정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김밥이 맛이 좋았다. 득템이다.
그리고 엄청 매워 보였던 순두부 찌개도 간이 세지 않고, 조미료를 많이 넣지 않은 건강한 느낌의 찌개였다. 아니 이럴수가~ 동네 분식집에서 건강한 맛을 만나게 되다니 신기했다. 떡볶이는 조금 과하게 달긴 했지만 떡볶이야 또 이런 맛에 먹는 것이니 이해해야 했다. 아무튼 가성비는 무척 좋은 곳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아침부터 엄청난 배달 손님들이 밀리는 모양이다. 순두부 찌개는 그냥 밥을 확 말아 국밥처럼 먹을 때가 제일 좋은데 함께 나누어 먹어야 했기 때문에 그러질 못했다. 그래도 뜨끈한 국물에 하얀 쌀밥을 먹으니 제대로 된 아침상을 받은 기분이라 맘에 들었다.
바지락 조개가 엄청 들어간 순두부 찌개는 어린 시절부터 먹었던 가장 익숙한 음식이긴 하다. 어머니께서도 순부두 찌개를 자주 끓여주셨는데 그 때도 이렇게 매콤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두부라는 음식은 우리네 영혼을 채워주는 생활의 한 부분 같은 음식이 아닐까 한다. 생활이 넉넉치 않은 집에서도 늘 상에 두부 반찬은 자주 올라가곤 했다. 부족한 단백질을 두부로 보충하는 셈이다. 김밥집에서 참 별 생각을 다한다! 김밥의 맛이 좋아 순두부와의 궁합도 꽤나 훌륭했다. 이런 조합이라면 개인적으로 자주 배달을 시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순두부에 들어간 계란도 참 맛이 좋다. 음식의 궁합이란 것이 신기해서 순두부찌개에는 꼭 계란을 넣어야 맛이 살아난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는 절대 계란을 넣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순두부 찌개에는 계란을 넣어야 맛도 살고, 뭔가 먹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낯선 곳의 아침치고는 우리에게 딱 맞는 제대로 된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어 흡족한 식사였다. 신길동이 서울의 서민동네이기 때문에 이런 편안한 분식집이 많을 수도 있다. 이상할 정도로 규모가 큰 교회들이 즐비한 이 거리에서 우리는 영혼을 적셔주는 든든하고 뜨끈한 식사로 속이 꽉찬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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