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매년 이맘때 여러 사람들을 위한 삼계탕 행사를 한다. 삼계탕을 파는 식당에 가서 먹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직원들이 끓여 내어 나누어 먹는 방식이라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도 복날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이렇게 구슬땀을 흘려가며 센터를 방문한 사람들의 보양을 위한 애를 쓰고 있다. 이날은 닭을 기부한 기업의 대표도 함께 참여하여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훈훈한 자리였다. 원래 음식은 나누어 먹어야 맛있는 법~ 우린 이날 그런 행복한 경험을 함께 하게 되었다.
포천IL센터 내에는 직원과 장애인 회원들을 위한 구내 식당이 있다. 한 번에 약 30명 정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이날처럼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 식당 뿐 아니라 3층 교육장도 식당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 직원들의 음식 나르는 동선은 더욱 길어진다. 닭만 후원한 것이 아니라 김치와 자원봉사 밴드까지 함께 찾아와 사람들이 닭을 먹는 동안 흥을 돋게 해 주었다. 마치 시골 잔치집에서 밥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있다 보니 아무리 에어컨을 돌려도 쉽게 온도가 내려가지는 않았다. 조금은 덥고, 조금은 불편해도 이런 날 불평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온 닭고기를 보니 삼계탕이 아니라 닭백숙이었다. 보통 삼계탕은 인삼과 찰쌀을 닭 속에 넣고 끓여야 하는데 아마 사람도 많고, 손이 많이 가다보니 이렇게 그냥 닭만 끓인 모양이다. 그래도 작지 않은 닭 크기에 담백한 닭국물이 잘 어울리는 맛난 닭백숙이었다. 사실 삼계탕이 복날에 먹는 보양식이라고는 하지만 워낙 작은 닭을 사용하기 때문에 먹을 것은 별로 없다. 차라리 이렇게 덩치가 좀 있는 닭을 사용하여 고기도 먹고 국물도 먹고 나중에 밥도 말아 먹는 편이 더 현명한 일이지 모른다.
닭만이 아니라 후원받은 김치도 아주 맛이 좋았다. 시원하고 짭짤한 것이 조금은 무미할 수 있는 닭백숙 고기와 정말 잘 맞았다. 이런 맛난 닭고기를 사람들에게 내어주기까지 센터의 직원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 준비하고 끓였을까? 다시 한 번 머리가 숙여지는 순간이다. 이날 후원한 닭은 200마리 정도였다고 들었는데 후원받은 닭을 다 끓여냈다고 했다. 보통 노력이 아니다. 덕분에 더운 여름을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는 아이템 하나를 얻은 기분이었다. 매년 삼계탕이나 보양식 행사를 자주 가보지만 포천IL센터처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곳도 없지 싶다.
개인적으로는 닭고기도 맛났지만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 참 좋았다. 닭백숙이나 닭곰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참기 힘든 조합이다. 닭고기를 잘게 찢어 국물에 넣고, 밥을 실하게 말아 먹으면 전문점에서 파는 닭곰탕이나 진배가 없다. 포천IL센터 식당의 조리장이 큰 식당도 했던 분이라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한 그릇의 백숙에서도 뭔가 모를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졌다는... 아무튼 올 여름 너무나 덥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건강한 한 그릇의 닭고기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 같아 참 든든한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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