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고모리 저수지는 평소에는 찾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서울에서 가깝고, 늘 물이 차 있는 저수지의 풍광이 좋기 때문이다. 고모리 저수지 바로 옆 한식으로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 식당 맞은편에 이집이 있다. 사실 그렇게 자주 고모리를 갔었지만 여기 갈비집이 있는지 잘 몰랐다. 도로에서 살짝 안쪽으로 들어간 곳으로 눈에 잘 띄지는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가서 느낀 것인데 정통의 맛을 자랑하는 완전 빈티지 분위기의 갈비집이었다. 요즘도 이렇게 과거의 방식으로 갈비를 파는 곳이 있는지 솔직히 잘 몰랐다. 예전의 정서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갈비집이라 하겠다.
우리는 이날 단체 손님이었다. 강원도 고성에서 온 손님들과 함께 한 자리로 거의 30명 정도는 되는 인원이었다. 그런데도 여긴 단체 손님을 받을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 곳이었다. 이런 올드한 감성을 어디서 느낄 수 있을까? 회식으로는 이만한 곳이 없지 싶을 정도로 제대로 된 회식자리라 하겠다. 식사를 주관한 사람이 아니기에 무엇을 주문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집의 시그니쳐인 돼지갈비를 주문한 것 같았다. 숯불이 나오고, 동그란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자욱한 갈비 굽는 연기가 가득한 실내는 정말로 90년 대 어디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돼지갈비가 과거만큼 인기있는 회식 아이템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주로 삼겹살을 먹는다. 삼겹살 쪽으로 살이 더 가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갈비살은 조금은 천덕꾸러기가 된 것 같은 시대다. 하지만 회식에서 있어 가장 선호했던 아이템은 역시 돼지갈비였다. 과거에는 돼지갈비를 구우면서 옷에 밴 갈비냄새를 자랑삼아 더 풍기고 다닐 정도로 사람들은 돼지갈비를 좋아라했다. 사실 돼지갈비는 양념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사람이 술을 마시며 굽다 보면 쉽게 탈 수도 있다. 그래서 종업원들이 부지런히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빨간 숯불에 올라간 돼지갈비는 그 자체로 즐거운 자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일종의 무언의 메시지이다. 자연적으로 뼈에 붙어 있는 돼지갈비를 찾아 보기 힘들다는 시대지만, 이날 만난 돼지갈비는 예전의 모습처럼 뼈에 튼실하게 살이 붙어 있었다. 사실 돼지갈비는 살코기 보다 잘 익은 갈비뼈를 나중에 뜯는 맛이 진정한 즐거움이 아닐까? 술잔이 오가고 사람들의 즐거운 대화가 오가는 자리에서 양념 잘된 돼지 갈비는 익어갔다. 수시로 먹기 좋게 익은 고기를 집어 먹으면서 술잔을 돌렸다. 역시 달달한 돼지고기의 맛이 술맛을 제대로 살려준다. 이런 맛에 돼지갈비를 먹는 것이리라. 이런 자리에서는 막걸리보다는 역시 소주여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중간에 건배제의가 오가는 바람에 잘 익은 돼지갈비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자리였고, 제대로 된 돼지갈비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누가 여길 예약했는지 이날 회식의 하일라이트는 이집이라 하겠다. 포천에도 이렇게 규모가 크고 제대로 된 집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나라로 들어갔다. 여기는 정말 보기 드문 아름다운 회식의 자리였다. 문득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렇게 과거 감성에 빠질 수 있게 해준 이집에 감사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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