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부터 자격증 시험으로 보러 간다고 부산을 떠는 아들을 위해 운전을 해주기로 했다. 포천의 대중교통 상황은 꽤나 열악한 편이기 때문에 거리상 그렇게 멀지 않아도 서울로 간다는 것이 시간과 정력의 낭비를 가져온다. 어쩔 수 없다. 포천만이 아니라 시골지역은 대부분 그럴 것이다.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태워주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다만 휴일 아침을 포기하고 나와야 한다는 존재론적인 번거로움이 있다. 그리고 아침밥도 제대로 챙겨먹기 힘들다는 불편함도 있다.
시험장은 강동구의 문정동이었다. 이 부근에 문정로데오라는 먹자 골목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술집이라 아침에 문을 연 집을 찾기 힘들었다. 뒷골목은 완전 주택가라 아예 식당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헤매다가 이집을 발견했다. 해장국이라는 간판을 보고 별 주저없이 그냥 들어갔다. 해장국의 특징은 아침 일찍 문을 연다는 것 아니겠는가? 과연 이집 문에는 새벽 5시부터 오픈한다는 문구가 써 있었다. '너무 일찍 여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엔 출근하는 사람보다 전날부터 술먹은 취객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해장국의 대명사인 콩나물 해장국과 양선지 해장국을 주문했다. 어찌보면 성격이 좀 다른 음식인데 여긴 해장국이란 대명제 아래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하긴 직접 끓여주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포장된 재료를 데워주는 형식이라면 이런 다양한 메뉴구성도 가능할 것이다. 속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서로 다른 취향의 해장국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웠다. 간판의 바램 정도를 볼 때 이집의 업력도 상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어쨌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었다.
콩나물 해장국은 밥이 말아져 나오는 방식이었고, 양선지 해장국은 따로 나왔다. 콩나물 해장국에 꼭 들어가는 날 계란은 수란처럼 아예 국 그릇에 들어 있었다. 이것도 괜찮은 방식이리라. 어차피 손님이 계란을 깨서 국에 넣어야 하니 미리 넣어주는 것도 좋다. 양선지 해장국에 들어간 양이 허연색이라 조금 놀랐다. 대부분의 양은 좀 검은색이 돌지 않던가? 하지만 여긴 아주 부드러운 곱창 같은 양이 들어가 있었다. 선지역시 어찌나 부드럽던지 놀랐다. 이 정도면 물량이 잘 빠지는 장사되는 집이란 말이다.
해장국도 국밥인지라 서둘러 밥을 말았다. 국물을 한껏 머금은 국밥에 깍뚜기나 김치를 올려 먹는 것은 국룰이라 하겠다. 국물이 진하고 뜨끈한 것이 해장국으로 제격이었다. 한국 사람들의 소울푸드는 역시 이런 뜨끈한 국물이 아닐까 한다. 조금은 헛헛하고 한기를 느꼈던 아침을 완전히 따끈하게 바꿔주는 진정한 마법의 음식이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정말 열심히 먹었다. 해장국은 이렇게 게걸스럽게 먹는 것이 또한 진정한 맛이다. 속도 든든하고 참 행복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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