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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힘이 솟는 부드럽고 고소한 장어구이, 포천시 포천동 풍천 팔팔장어

by jeff's spot story 2024. 1. 28.

아주 오래 전부터 민물장어 요리는 인기가 많고, 비싼 음식이었다. 다른 생선류와는 확연히 다른 장어만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아재들이 몸에 좋고, 정력에 좋다하여 많이 찾는 친구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 해도 가성비가 맞아야 하는 법인데, 그런 점에서 보면 이곳 포천동의 팔팔장어는 우리가 가끔 선택하는 좋은 해답이다. 장어 구이집이 여럿 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는 집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장어 장사가 쉽지는 않은가 보다. 포천동에서 제법 소문 난 이집으로 오랫만에 우리가 몸에 장어 기운을 받으러 갔다. 


이곳은 장어를 미리 잡지 않고, 손님 주문이 들어와야 그 때서 잡아 조리를 시작한다. 그래서 손님이 몰리는 시간이면 음식이 나오는데 다소 기다림이 필요하다. 주인장이 매번 직접 초벌을 해서 주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가 손님에게 제대로 된 장어 맛을 보여주기 위함이란다. 1kg 가격은 75,000원이다. 주인장의 역설처럼 삼겹살과 비교하여 그닥 비싼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비싸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삼겹살보다 장어를 우리가 엄청 많이 먹기 때문이다. 작은 실내 홀은 이날도 손님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성인 남자 네명이 갔기에 주인장은 아예 처음부터 2kg을 구워주었다. 이 정도는 먹어야 한단다. 


여러 밑 반찬이 나오고, 숯불도 제대로 된 시뻘건 참숯이 등장했다. 요즘은 제대로 된 숯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 했다. 싸구려 중국산 숯은 많지만, 제대로 된 우리나라 참숯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식당이 비록 조금 작긴 하지만 장어라는 고급진 음식을 먹기에 숯 하나라도 제대로 된 국산 것을 쓰고 싶다는 주인장의 마음이 참 고맙다. 어느 정도 장어가 익을 때까지 초벌로 구워 주기 때문에 우린 적당히 밑반찬으로 술 한 잔 찌끄리며 기다리면 된다. 이런 시스템은 대부분의 장어집이 대동소이 하지만 왠지 우리 테이블이 아니라 옆에서 구워주니 그 정성이 더한 느낌이다. 물론 초벌하는 동안에도 우린 전혀 방해받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다소간의 기다림 끝에 제대로 된 장어구이를 드디어 먹게 되었다. 잘 익은 민물장어의 맛은 뭐랄까 포실 포실하다고 해야할까? 그 느낌이 정말 특별하다. 거기에 고소함과 묘한 식감이 있다. 이래서 좀 비싸도 장어, 장어 하는 것이겠지! 만일 정말 장어로만 배를 채우려면 한 사람이 1kg 씩은 먹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간 나중에 계산할 때 뒷목을 잡게 될 것이다. 오늘 이 정도만 해도 나로서는 괜찮다. 원래 장어는 몸에 좋으니 먹는다면서 우린 또 술을 왕창 먹었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셈이다. 


이상하게도 평소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생강을 장어를 먹을 때는 잘도 집어 먹게 된다. 이런 것이 음식의 진정한 궁합인가 보다. 명이나물이나 파채, 붉은 계열의 소스에도 찍어 먹으라고 추천해 주었지만, 개인적으론 검은색의 간장 양념에 생강 슬라이스를 얹어 먹는 조합이 제일이다. 이렇게 먹으면 질리지도 않고, 무한 리필에 가깝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주인장 말대로 성인 남자 네명이, 그것도 장어를 엄청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여 먹다 보니 순식간에 장어가 동 났다. 여기서 뭐 다른 서브 안주를 먹기도 그렇고, 좀 아쉽기는 하지만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나보다. 


뭐 다른 조합을 만들어 먹기도 전에 장어가 없어진 셈이다. 그래도 참 즐겁고 신난 시간이었다. 정말 오랫만에 만나 회포를 제대로 푼 셈이다. 장어 먹으면 안 취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이런 식으로 먹으면 장어가 아니라 장어 할아버지가 와도 취하긴 마찬가지리라. 숯불의 은은한 향이 밴 장어의 그 특별한 맛을 생각하니 지금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생각 같아서는 빨리 우리가 좋아하는 민물 장어 양식이 성공해서 가격이 좀 내려갔으면 좋겠다. 아마 그렇게 되면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장어를 먹으러 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갑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어찌 어찌 이날 장어 회동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역시 나갈 때 계산의 압박은 있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장어 회동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