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를 즐기지 않지만 워낙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보니 자꾸 가게 된다. 먹는 양이 적은 사람 일수록 더 고기의 질을 따지게 되는 법이라 기왕 갈 거라면 그래도 맛집이라는 소리를 듣는 곳으로 가고 싶다. 고모리 방면에 있던 은항아리 식당이 그랬다. 삼겹살 맛이 뭐가 다를까 하지만 그집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오늘 간 이집도 정육점을 함께 하는 곳으로 오히려 맛은 그 어느 집보다 뛰어 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바로 소흘읍 영화아파트 앞에 있는 고기랑 낙지랑 이다.
함께 일행은 이집의 맛의 비결을 고기 자체도 좋지만 뭔가 다른 기술로 커팅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단다. 하긴 저런 모양의 항정살이 드물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묘하게도 살과 비계가 자로 잰 듯 일정 비율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고기마다 칼집을 내어 익으면서 모양도 좋아지고 잘 익는 것도 같다. 아무튼 뭔가 비법이 있긴 한 것 같다. 고기를 그닥 즐기지 않는 입에도 이집의 고기는 추가 주문을 하게 만드니 말이다. 만일 고기 마니아 라면 로컬 맛집이라며 문지방이 닳도록 이집을 들락 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작 낙지는 미리 예약을 해야 만 먹을 수 있단다. 간판엔 낙지가 있는데 실제론 예약을 하지 못해 낙지는 먹지 못했다. 아쉽다. 솔직히 나는 낙지 때문에 온 것인데... 하지만 돼지고기가 너무 괜찮아서 금새 아쉬움을 날릴 수 있었다. 하긴 주위를 아무리 둘러 봐도 낙지를 먹는 사람은 없었다. 고기와 술이 오늘 저녁의 하일라이트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고깃집 임에도 여긴 반찬이 제법 많이 나온다. 백반 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고 반찬의 맛이 좋다. 고추장과 참기름을 달라하여 비벼 먹고 싶을 정도로 괜찮았다.
특히 저 파절이는 예술이었다. 어떻게 양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파의 알싸한 매운 맛과 향이 살아 있으면서 달달한 양념의 조화가 기가 막혔다. 고기를 먹기 위해 파절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기 때문에 파절이를 꼭 먹어야 했다. 이런 반찬들이 있으니 고기 덜 먹는 사람도 얼마든지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고기가 익으니 정말 그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었다. 그냥 먹어도 맛나고, 소금을 찍어도 맛나고, 파절이와 쌈을 싸서 먹어도 일품이다. 이러면 정말 과식에 과음이 되는데...
김치찌개를 주문하려 했더니 된장찌개가 나오니 먹어 보고 주문하란다. 그런데 그 조언이 적중했다. 우린 다른 찌개가 필요 없었다. 된장찌개는 또 다른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매콤하고, 진한 된장 국물이 그냥 파는 된장은 아닌 것 같고, 묵직하고 되직하게 입안을 채워 주었다. 여긴 또 밥이 필요한데 말이다. 사실 저런 찌개 하나 있으면 그저 술을 마시게 된다. 이건 뭐 술을 마시려고 찌개를 먹는 것인지, 찌개 먹으려고 술을 먹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약간 느끼 할 수 있는 고기들의 향연에서 정말 훌륭한 조정자 역할을 해 주었다.
우리는 이미 삼겹살과 항정살, 가브리살을 먹었지만 어쩔 수 없이 목살도 주문했다. 이러면 이집의 온갖 종류의 고기를 다 먹어 보는 셈이다. 역시나 이것도 맛이 좋았다. 이곳이 정육점을 함께 하기 때문에 이런 주문도 가능한 모양이다. 아무튼 돼지고기에 이렇게 다양한 맛의 얼굴들이 존재하는지 이날 다시 알게 되었다. 이러니 전 국민들이 돼지에 열광 할 수밖에 없다. 저녁으로 그냥 먹긴 정말 아까울 정도로 괜찮은 술집이자 식당이었다. 이제 돼지는 이곳이 바로메타가 될 것 같다. 여기보다 얼마나 떨어지나 비슷한가로 질을 따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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