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면 새로 생긴 건물에서 오픈한 순대국집이다. 이 앞을 지날 일이 많은데 갈 때마다 한 번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순대국이라는 상호만 봐도 일단 한 번은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순대국처럼 흔한 음식이 없지만 집집마다 그렇게 많은 다양한 버전의 순대국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과연 이집의 순대국은 어떤 맛으로 승부를 걸어 올까? 점심시간에 맞춰 이집을 찾아 나섰다. 가스충전소 바로 옆에 있는 집이기 때문에 눈에 정말 잘 띄는 곳에 있다. 이름은 봉당순대국이다. 봉당? 이게 무슨 뜻일까?
가까이 가보니 순대국만이 아니라 해장국이라는 글씨도 크게 써 있었다. 해장국이나 순대국이나 국밥이긴 마찬가지이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다. 우리의 원래 목표는 순대국이었지만, 상호에 있는대로 해장국도 하나 주문하기로 했다. 메뉴판을 보니 갈비가 들어가는 순대국은 가려져 있었다. 아마 처음엔 판매를 한 모양인데 요즘은 하지 않는가 보다. 순대국이 9,000원 이면 적당한 가격이라 하겠다. 만 원이 안 되는 가격이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가게 안에는 아재들이 많았다. 역시 순대국은 아재들의 최애 아이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막상 순대국이 나와서 보니 메뉴판에 가려져 있던 갈비 순대국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주인장의 말로는 값을 올리지 않으려고 갈비 넣은 순대국을 그냥 일반 순대국 값에 팔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득템한 기분이 된다. 기대하지 않았던 돼지갈비 한 대를 선물로 받은 기분이었다. 야들 야들하고 맛난 돼지갈비를 뜯으니 일단 만족감이 업 되었다 순대국에 이런 갈비대가 들어 있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먹어 보니 이 조합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참신하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대국은 뽀얀 국물을 그대로 먹는 것보다 본인의 레시피로 치장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도 예외는 아닌지라 일단 양념장과 고추기름을 넣고 붉은 빛을 입혔다. 거기에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추고 들깨가루를 넣어야 하는데 주인장 말이 여기 순대국은 들깨가루를 많이 넣지 않는 것이 먹는 법이라 하여 그렇게 했다. 그리고 드디어 맛을 보았다. 담백하고, 특이한 감칠맛이 나는데 아무래도 돼지갈비를 함께 끓여서 그런지 꼭 갈비탕 같은 맛도 났다. 이런 특이한 맛의 순대국은 처음인 것 같았다.
건더기는 토종순대와 찰순대가 같이 들어 있는 것이 무봉리 순대국과 비슷한 컨셉이었고, 부속고기가 엄청 많이 들어 있었다. 거기에 특이하게 부추를 넣으니 부추향도 함께 어우러져 묘한 맛이 되었다. 밥을 따로 말지 않아도 될 정도의 양이었지만, 순대국도 국밥인지라 밥을 과감하게 말았다. 담백한 국물에 밥을 함께 떠서 김치와 먹는 맛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것이다. 점심으로 먹는 간단한 국밥이라지만 이런 구성이라면 영혼을 위로하는 맛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맛을 보기 위해 그렇게 국밥집 문턱을 넘는가 보다. 역시 순대국은 언제나 진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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