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은 매년 음력 1월 15일이다. 올해는 양력으로 2월 24일이었다. 새해가 되는 설날 지나고 꼭 보름 만에 그해의 농사 풍년과 복을 비는 오래된 세시 풍속이다. 사실 정월대보름은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단오와 함께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명절로 사랑을 받고 있다. 대보름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날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 달맞이 행사라고도 했다. 정월대보름이 언제부터 우리 민족이 명절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명절임에는 틀림없다.
보통 부럼이나 오곡밥을 먹고, 윷놀이를 하고, 쥐불놀이라는 불놀이도 하고, 풍등을 하늘로 날리기도 한다. 강강술래나 차전놀이 같은 놀이를 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어느 지역이나 윷놀이만큼은 척사대회라 하여 대부분 행사처럼 치러진다. 나무 네 개를 던지는 윷놀이, 즉 척사대회는 별 것 아닌 놀이 같지만 애ㆍ어른 할 것 없이 동네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떠들썩하게 벌어진다. 때론 중간에 언쟁을 하기도 하고, 말을 어디로 보낼지 진지한 토론을 하기도 한다.
지난 토요일 집 근처의 무봉리에서 이런 척사대회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변하는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민족의 명절인 만큼 마을에서는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였다. 아무리 마을 행사라지만 우승 상품도 있고, 먹을거리도 푸짐했다. 원래 모든 명절엔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다. 이맘때는 한겨울이기 때문에 추석 때처럼 제철 과일이나 바로 추수한 곡식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대보름 음식이 바로 견과류와 오곡밥이다.
이날 무봉리의 척사대회에서는 한쪽에선 윷을 날리고, 한 편에서는 음식을 나누는 정겨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지나가던 낯선 이웃에게도 와서 밥을 먹고 가라는 덕담도 스스럼없이 해주었다. 생각 같아서는 함께 윷도 날리고 밥도 먹고 싶었지만, 어르신들의 명절 행사를 망치기 싫어 그냥 눈으로 구경만 했다. 그래도 즐겁고, 재미있고, 흥겨운 광경이었다. 비슷한 모습들이 포천 전역에서 연출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것이 진정한 명절의 풍경일 것이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정월대보름을 이렇게 알차게 보냈으니 올 해 포천에는 풍년이 오고, 편안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소소하게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보자도 쉽게 사격의 타격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클레이 사격장, 충북 단양 클레이 사격장 (1) | 2024.03.10 |
---|---|
철새들이 쉬어가는 포천천은 이 시기 새들의 휴식처가 된다. (2) | 2024.02.26 |
포천시 자작동의 공방에서 스스로 만들어 보는 DIY 티테이블 (0) | 2024.02.19 |
신년맞이 해돋이 여행은 역시 동해안이지, 속초에서 시작한 올 한 해, 화이팅~ (0) | 2024.01.21 |
그 옛날 닭발에 얽힌 추억과 미안함... 그리고 매콤한 맛~ (0) | 2024.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