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상류에 해당하는 포천천의 소흘읍 구간은 이 시기 많은 새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가 된다. 철새들의 중간기착지로 포천과 철원이 자주 등장하는데 포천천은 철원평야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철새들이 쉬기에 가장 적당한 지역이다. 물속에 먹이도 많고, 주변에 천적이 없으며, 조용하고, 사람의 손을 많이 타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천천이 이렇게 철새들의 휴게소 역할을 하다 보니 매년 조류독감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올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차에서 내려 잠시 눈을 돌리면 동물원의 새장을 연상케하는 많은 새들이 잔잔하게 흐르는 포천천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곳은 자전거도로가 있는 곳으로 평소 많은 사람들이 트래킹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을 하는 곳이다. 다만 겨울철에는 운동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여름이나 봄ㆍ가을처럼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바로 이 시기에 포천천의 또 다른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철새들이 이곳을 점령하게 된다. 사람과 새들이 서로의 영역을 지키면서 존중해주는 공간이라 하겠다.
생각 같아서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사진이라도 찍고 싶지만, 도로 옆에 붙여 놓은 조류독감 예방을 위해 새들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조금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축산의 현실상 조류독감으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유난히 다른 나라보다 조류독감에 취약한 농가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라도 나와야겠지만, 100년 전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이 바로 조류독감이었다는 발표로도 알 수 있듯 인류는 조류독감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서로 조심하고, 긴장하여 불의의 사고가 나지 않게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라는 철새들의 이동을 어찌 사람이 막을 수 있을까? 많게는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철새들의 이해하기 힘든 여정 중에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고 힘 빠진 날개도 쉬게 하는 장소로 포천이 있다는 것이 새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멀리 떨어져 새들의 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대자연의 거대한 섭리 중에 작은 하나의 생명으로 사람이나 새들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생각도 든다. 쉬고 있는 새들을 통해 또한 위로를 받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한 10여 분 이렇게 서서 새들과 마음을 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이 시기 포천천이 주는 또 하나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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