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대만에 강진이 발생하며 건물이 기울어지고, 도로가 파괴되어 많은 사람들이 피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만의 기상청에 따르면 대만 동부 해안 깊이 15.5km에서 규모 7.2의 해저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지가 대만의 남남동쪽 25km 해안이지만 대만 국민들은 건물이 흔들리고 벽이 움직이며 집안의 물건이 떨어지는 공포를 겪어야 했다.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건물 자체가 무너지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한다. 산사태가 난 지역도 있고, 고가도로가 흔들려 무너질 것 같은 장면도 연출되었다. 세계적인 파운드리 반도체 회사인 TSMC 직원들도 피신하는 일이 발생하여 자치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생각이 과연 대만도 일본처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었나 하는 점이다. 일본의 지진 소식이야 1년이 멀다하고 들리지만 대만은 들어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만과 일본은 모두 섬이고, 환태평양 지진대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대만 역시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일어났다. 다만 언론에 조명된 적이 많이 않아 알려지지 않은 것 뿐이다. 지금까지 대만 지진 중에 그래도 가장 크게 화제가 된 것은 1999년 9월 21일에 있었던 921대지진이다. 9월21일에 발생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대만에서는 그동안 지진으로 있었던 사망자 중 가장 많은 수인 2,444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11,305명에 이르렀다. 가히 국가적인 재앙이었다. 며칠 전 발생한 지진과 달리 당시엔 대만섬에서 일어났고, 리히터 7.3규모의 지진이었다. 이번에 일어난 지진과 규모는 큰 차이가 없지만 발생 지점이 섬 내륙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 새벽 2시 경 약 2분간 발생했던 이 지진의 피해는 실로 놀라운 정도였다. 가옥 51,711채가 완전 파괴되었고, 53,768채는 파손되었다. 도로와 교량 철로 등과 댐, 제방, 전력설비, 의료시설과 교육시설 등 일대 거의 모든 사회인프라가 파괴되었다. 이 때 파괴된 대만 철도인 지지선은 3년이 지나서야 일부가 복구되었다.
우리의 기억 속엔 흐미한 일이지만 당시 우리나라도 구조대를 파견하였다. 밀레니엄 시대가 온다고 떠들썩 하던 시절이었기에 어쩌면 더 기억이 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 해 튀르키예에서 4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 지진이 있었던 해로 세계는 충격이 빠졌다. 지금까지도 으르렁 대고 있는 중국에서도 동포의 슬픈 일이라면서 위로를 하기도 했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간한 일이라 대만정부가 중국의 지원은 받지 않았다. 이 지진으로 파괴된 것은 사회적 인프라만이 아니었다. 대만에 특히 많은 PC 부품 공장들이 타격을 입는 바람에 2000년 전 세계적인 PC 부품값 상승을 불러 오기도 했다. 또한 지진 발생 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시 정부인 국민당 정부가 무능하다는 책임론이 일어나면서 다음해 3월에 열린 정부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이 정권을 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 현대라 하지만 국가적인 재앙 앞에서 사람들은 정부나 관리들을 원망하게 되고, 이런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정권을 바꾸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하겠다. 물론 이 뒤로도 지진은 계속 발생했다. 2016년, 2018년, 2019년, 2022년 대만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이 후 일어난 지진이 1999년 있었던 921 대지진보다는 피해가 적기는 했다. 하지만 대만의 지진이 일본만큼이나 자주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지도를 펼치고 보면 대만과 일본이 태풍이나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보지만 우리나라가 피해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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