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하는 워크숍을 거리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참여하게 된 이유 중에 이날 밤에 찾아간 낭만포차 거리에서의 한 잔이 분명히 있다. 여수를 몇 번 다녀왔지만, 이상하게도 낭만이 넘친다는 포장마차 거리를 가보지 못했기에 더욱 가고 싶었다. 사실 포장마차는 이런 겨울 보다는 여름이 분명 더 어울리는 곳이지만 그래도 아쉬운대로 이 겨울이 가기 전에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우린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거의 20분 정도 이동해서 포차거리에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역시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문을 연 포장마차가 절반도 되지 않았다. 확실히 겨울은 낭만포차거리와는 잘 맞지 않는가 보다. 문을 연 가게들도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하긴 이런 날씨에 여길 찾아와 소주잔을 기울이겠다는 사람은 분명 우리처럼 외지인들이거나 처음 와보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추억을 만들기 좋은 집을 골라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고른 집은 포장마차 거리 제일 앞에 있는 달밤포차였다. 밖에서 보니 포장마차의 인테리어나 안주 구성이 거의 비슷해 보였다. 하긴 그럴 것이다. 여기서 혼자 별개의 행동을 하는 가게는 없을 것이다.
안주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격은 모두 4만 원이다. 가격이 비싼 편이긴 한데 이런 안주는 사실 잘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현지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리라 생각했다. 우린 그 중에 추운 날씨를 감안하여 먼저 해물연포어묵탕을 주문했다. 사실 여기 안주 중에서 가장 노멀해 보이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어묵탕이야 어딜 가나 비슷하지만 여긴 연포탕이란다. 낙지가 들어가는 어묵탕은 쉽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안주 구성이 이렇게 균일가로 되었을까?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조금 비싸 보였지만 안주 구성은 푸짐한 편이었다. 다만 이미 술들이 거하게 올라 있었기에 안주보다는 다들 다시 술잔을 잡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러면 굳이 비싼 안주를 더 주문할 필요가 없어지는데 말이다. 그래도 밤바다 소리를 배경으로 좋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비며 여수의 상징인 낭만포차에 앉아 있으니 처음 생각했던 그런 모습은 비스무리하게 나오는 것 같았다. 아마 여름엔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술 먹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버스킹도 보고 싶고 그랬지만 이런 날씨에 밖에서 누가 음악을 하겠는가? 그건 아니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낙지호롱과 라면도 있었다. 이 라면이 참 오묘한 것이다. 그렇게나 흔하게 자주 먹는 음식인데 이런 곳에서 해물 몇 개 넣어 끓이면 다시 둘도 없는 별미가 된다. 한국 사람과 라면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맞는 것 같다. 우린 여기서 꽤나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들 뿔뿔히 숙소로 들어갔다. 2차를 가기 위해 남은 우리 같은 몇 사람을 빼고 말이다. 낭만포차 바로 옆에는 그냥 술집들도 많다. 다행히 문을 연 호프집이 있어 거기서 다시 여흥을 즐겼다. 글쎄 너무 추운 계절에 와서일까? 여수의 상징인 낭만포차를 그렇게 피부에 와 닿게 즐기지는 못한 것 같다. 여름에 다시 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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