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어묵은 정말 훌륭한 간식이자 반찬거리였다. 다른 먹을거리 중에서 그래도 가성비가 좋았던 음식으로 맛도 좋고, 영양도 많다 했다. 의정부 제일시장에 가면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어묵을 가끔 사곤 했는데 어찌나 따끈하고 맛이 좋던지 다른 어떤 먹을거리도 필요없을 정도였다. 이번 부산 여행에서 특이한 곳을 가보게 되었는데 고래사 어묵 2층에 있는 어묵박물관이 그곳이었다. 고래사 어묵이라는 회사가 만들어 놓은 곳으로 어묵에 대한 재미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어묵의 주 재료는 명태란다. 예전에 맛살의 주 재료가 명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어묵의 생선재료 중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이 명태살이었다. 명태는 정말 국민 생선이 맞는가 보다. 여기 저기 안 쓰이는데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묵이 몸에 좋고, 열량은 낮다고 하는 모양이다. 명태는 좋은 영양성분은 많지만 열량은 떨어지는 대표적인 건강식품이 맞다. 지금 어묵을 먹어도 이렇게 좋은데 수 십 년 전 먹을거리가 넉넉치 않았던 시절에 더욱 어묵이 진가를 발휘했을 것이다.
어묵을 만들기 위해 어육을 잘게 분쇄하고 다른 재료들을 잘 섞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일 것이다. 어육은 그냥 분쇄하기는 어려운 재료이니 예전엔 말리기도 한 모양이다. 요즘이야 공장에 아예 분쇄된 상태로 입고되는 모양이지만 과거엔 일일히 말리고 분쇄하는 작업을 해야 한 모양이다. 바다가 없는 포천 같은 내륙에선 이렇게 어묵을 만드는 과정을 볼래야 볼 수 없다. 여기서는 흔한 풍경이겠지만 우리 눈에는 그저 신기한 '전설의 고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부산도 그렇고, 거제도 그렇고, 통영도 그렇고 바닷가는 서민들에게 먹을거리를 후하게 내어주는 인심좋은 넉넉함이 있는 것 같다. 바다 근처에서는 본인만 부지런하면 굶는 일이 없다 그러던데 아마 이렇게 바다에서 나는 것이 워낙 많기 때문에 생긴 말이 아닌가 한다. 어묵으로 만든 어묵탕은 지금도 무척 좋아하는 안주이자 먹을거리다. 전 국민 중에 날씨가 쌀쌀해지면 어묵 몇 개씩은 먹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 아닌가? 아무튼 그냥 익숙하게 지나친 어묵에도 이런 콘텐츠들이 있다는 점에 새삼 놀라게 된다. 어묵에도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있구나 하는 생각 다시 한 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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