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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가는 길에 만나는 행복한 냉면 한 그릇이 생각나는 집,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냉면

맛있고 행복한 곳...

by jeff's spot story 2025. 11. 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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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고모리처럼 식당들이 자주 바뀌는 곳도 별로 없을 것이다. 워낙 찾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웬만한 경쟁력으로는 상대를 이기기 어려운 곳이라 그런 것 같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소비자에겐 즐거운 일이다. 어딜 갈 것인가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이날 간 집도 새로 문을 연 곳이다. 원래 이곳엔 다른 식당이 있었다. 어떤 아이템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집이 없어지고 새롭게 냉면집이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고모리 냉면'이다. 여름이 다 지난 시즌에 냉면집이 생기다니 좀 희안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니아들에게 냉면은 계절이 따로 없은 별미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상호는 냉면이지만 부제가 있다. 생 바지락 칼국수도 판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숯불고기도 있다. 다채로운 집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템은 모두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일단 들어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바지락 칼국수와 물 냉면을 주문하고, 숯불고기도 주문했다. 냉면과 숯불고기를 함께 먹는다면 팔당 냉면같은 느낌의 한 끼가 될 것이다. 보통 칼국수와 냉면을 같이 팔지는 않는 법인데 여긴 두 가지 메뉴가 모두 주력이란다. 재미있는 곳이다. 조금 앉아서 가게 안을 둘러보니 새로 인테리어를 한 것이 무척 깔끔했다. 이런 분위기는 참 좋아한다. 뭔가 모던하다고 할까?

 

냉면이나 칼국수나 모두 10,000원이다. 착한 가격이다. 요즘 이런 가격 만나기도 쉽지 않다. 자세히 보니 숯불고기는 작은 창을 통해 직접 굽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연기를 뿜으면서 고기를 굽는 주방의 모습이 마치 장인이 도자기를 만드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숯불고기 한 접시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연기를 마시며 구워야 하는 법이다. 참 살기 힘들다. 암튼 그래서 우리는 맛난 숯불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숯향이 잘 밴 달달한 양념의 돼지고기는 참 맛이 좋았다. 절로 소주 한 잔 생각이 났다. 하지만 한 낮이다. 참아야 한다. 

 

냉면이 나오고나서 가만히 보니 이것은 우리가 흔히 먹는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이 아니라 칡냉면이었다. 비주얼이 서울 창동에서 즐겨 갔던 뚱보 칡냉면과 아주 흡사했다. 어머니 살아 계실 때 그렇게나 좋아하셨던 백운 칡냉면과도 닮았다. 가끔은 이런 모양의 시원하고 알싸한 칡냉면이 그렇게나 땡긴다. 칡 냉면은 메밀냉면보다 더 시큼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시큼한 맛에 숯불고기를 얹으니 맛의 조화가 더 훌륭했다. 역시 숯불고기를 주문하기 잘했다. 냉면의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달달한 숯불고기를 만나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이러면 자꾸 안주가 되는데...

 

냉면에 정신이 팔려 바지락 칼국수 맛을 보는 것을 깜박했다. 바지락 칼국수는 생 바지락이란 문구가 눈에 띄였다. 냉동을 쓰는 집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생 바지락이란 말을 들으니 더 입맛이 다셔졌다. 다소 평범한 비주얼의 칼국수였는데 바지락이 나름 많이 들어 있고, 감칠맛이 더해진 국물이 면과 잘 어울렸다. 한국 사람들의 칼국수 사랑이야 말해 무엇하랴? 이런 국물과 면이 있으면 밥도 되고, 간식도 되고, 안주도 된다. 바지락을 건져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바지락 칼국수 전문집 보다는 바지락의 양이 좀 적은 듯 했다. 

 

그리고 의외로 마지막 셀프로 갖다 먹는 육수가 너무나 맛났다. 보통 냉면집에서 제공하는 육수같이 생겼지만 이상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그냥 이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밥을 말면 그대로 곰탕이 될 것 같은 깊은 맛이었다. 냉면과 칼국수 두 면의 삼매경에 빠져 제대로 아주 잘 먹었다. 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냉면과 칼국수라는 다소 이질적인 조화에 한 번 도전해 보시길... 숯불고기는 아무래도 안주에 더 가까우니 조심해야 한다. 자꾸 술 생각이 난다. 아무튼 고모리 나들이 길에 만나는 행복한 한 끼, 참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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