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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잘 띄지 않지만 맛과 부담없는 가격으로 승부거는 기사식당, 포천시 소흘읍 남가네 생선조림

맛있고 행복한 곳...

by jeff's spot story 2025. 11. 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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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번 국도변에 있는 이집은 차로 지나다 보면 잘 보이지 않아 식당이 여기 있는지 잘 모를 수 있다. 간판은 있는데 식당은 없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러다 이날은 차를 몰고 상가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동교리 부근의 만남 휴게소가 있던 자리에 생긴 상가들이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가장 안쪽에 이 식당이 있었다. 간판에 있는대로 기사식당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집이다. 이런 위치에 있는 집이라면 기사들이나 인근 직장에서 오는 사람들 외에 손님이 더 오기는 힘들 것이다. 걸어서 올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익숙한 맛과 가성비로 승부를 거는 집이라 손님은 꽤 많은 편이다. 

 

메뉴판을 보면 가격에 놀라게 된다. 최근 가본 생선구이집 중에서 가성비는 갑오브갑이다. 이인분세트가 겨우 23,000원이다. 그마저도 11월 들어 올린 가격이란다. 그러면 예전엔 도대체 얼마였다는 말이지? 아무튼 식당은 기사식당 분위기가 물씬나는 모습이었다. 별다른 인테리어나 소품이 필요없다. 맛나게 저렴하게 푸짐하게 먹는다면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정말 손님 대부분은 일하다 온 사람들 아니면 기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집엔 유난히 혼밥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기사들은 혼자 움직이니 당연한 일이다. 혼밥도 부담없이 편하게 할 수 있는 집이란 뜻이다. 

 

생선이나 다른 반찬을 주문하면 밥과 반찬은 무한리필이다. 그야말로 대식가들의 천국이라 하겠다. 23,000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생선구이 역시 훌륭했다. 고등어와 임연수와 삼치를 주문했는데 어쩌면 크기가 저리 다 비슷한지 어떤 것이 고등어인지 임연수인지 젖가락으로 들어봐야 알 수 있었다. 잘 구워진 생선은 흰쌀밥과 찰떡궁합이다. 이런 반찬이라면 어떤 자리라도 밥 한 그릇 뚝딱 해 치울 수 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생선구이가 비쌀 이유가 없다. 마트에서 파는 생선들은 모두 저렴한 편이니 말이다. 물론 사람이 일을 하니 공임이 들긴 하겠지만 말이다. 

 

이집의 생선구이 식감은 약간 말린 생선을 구워주는 것 같은 맛이었다. 원래 생선은 생물 자체를 굽는 것보다 약간 말린 반건조 생선이 더 맛난 법이다. 살이 더 탱탱하고, 고소함은 극대화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번거로워도 생선은 자연 바람에 반건조 상태로 말려 먹었던 것 아닌가... 반찬을 무한으로 리필한다는 여유로움 때문에 밥먹기가 참 즐거웠다. 비록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위치한 식당이지만 이집을 만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날엔 맛난 밥 한 끼가 정말로 위로가 되고 영양이 되는 법이니 말이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생선과 반찬을 올려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언제 밥 한 그릇이 다 없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아주 심취해서 먹었다. 가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밥과 반찬을 제공하는 이집이 고맙다고 느껴졌다. 손님들을 계속 들어오고, 우리의 식사는 완전히 무르익었다. 집에선 냄새때문에 잘 먹지 못하는 생선을 저렴하게 잘 먹었으니 이날의 선택도 아주 굿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우리를 맞았다. 제대로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하늘이다. 좀 언잖고, 힘든 일이 있다 해도 이렇게 맛난 밥 한 그릇 먹고 훌훌 털어버리자. 그리고 또 일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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