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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내륙에서 만나는 진짜 해물 그득한 바다내음 칼국수, 철원군 동송읍 황제통문어 해물칼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5. 5.

몇 번이고 철원을 왔다 갔다 하지만 계속 먹게 되는 것이 바로 해물 칼국수다. 여긴 내륙 중에 내륙이고 전방 지역임에도 해물칼국수 집이 많은 것은 왜일까? 내륙에 사니까 해물이 그리운 걸까? 아무튼 신철원 입구에서도 맛난 해물칼국수를 먹은적이 있는데 이번엔 동송에서 진한 바다 내음의 해물칼국수를 먹게 되었다. 원래 계획은 동송에 많은 막국수를 먹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식당이 없어져 버린 까닭에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가다가 이집을 발견했다. 철원처럼 군사 도시는 말하자면 소비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구에 비해 의외로 새로운 식당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해물 중에서도 이집에서 강조하는 아이템은 바로 문어이다. 그것도 통문어란다. 문어는 비슷하게 생긴 사촌들인 오징어, 낙지, 쭈꾸미 중에서 가장 갑인 바다생물이다. 크기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가격에서도 그렇고 문어가 단연 왕중에 왕이라 할 수 있다. 먹고는 싶지만 역시 가격의 압박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해물칼국수로 주문했다. 꼭 문어가 들어가야 맛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꽤나 넓은 홀에는 일요일임에도 손님들이 더러 있었다. 특히 단체로 보이는 술 손님들이 정말 왁자지껄 신나게 모임을 하고 있었다. 

 

문어는 없지만 그래도 엄청 푸짐한 해물이 들어간 칼국수가 나왔다. 어느 정도 익힌 뒤에 손님에게 가지고 오지만 그래도 완전히 해물 맛이 나게 하려면 상당 시간을 끓여야 했다. 여러 종류의 조개가 나왔고, 특히 가리비가 많이 들었다. 해물은 별 간 없이 그냥 푹 끓이기만 해도 국물이 정말 진해진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해물들에서 국물이 우러나도록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생면이 같이 나왔는데 두툼한 면발을 보니 저 면도 익히는데 10분 이상은 끓여야 할 것 같았다. 먼저 해물들을 먹고 나서 그 국물에 칼국수를 삶아 먹으면 되는 것이다. 

 

해물들이 잘 익어 진한 국물이 우러날 때 하나씩 건져 내 먹기 시작했다. 조개는 언제 먹어도 진리이고, 오징어도 요즘 몸값이 비싸져 자주 먹지 못하는 탓에 아주 반가웠다. 야들 야들한 오징어 숙회 맛이 나는 것이 참 좋았다. 이집은 채소를 많이 넣어 주는 편인데 그것이 해물과 잘 어우러졌다. 이런 국물은 샤브 샤브와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해물과 채소를 건져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간간히 국물을 떠 먹어 보았는데 진한 해물의 맛과 강한 짠맛이 정말 중독성 있는 국물이었다. 이렇게 짜게 먹으면 오후 내내 물 깨나 들이킬텐데 어쩌랴 자꾸 숟가락이 냄비로 들어가는 것을...

 

마지막은 드디어 대망의 칼국수 면이었다. 10분 이상을 푹 삶아야 얻을 수 있는 진정한 밀가루의 맛이다. 탱탱한 면발은 오늘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알리는 표시였다. 간간한 국물에 탱글한 면발이 빠져 맛이 들어가니 이렇게 입에 잘 맞는 국수가 또 있을까 싶다. 분명 정제 탄수화물에 엄청난 나트륨 폭탄이지만 익숙한 이 맛을 잊기가 어려우니 참 행복한 걱정이다. 너무 국물이 짜다 싶어 나중엔 국물을 자제해야 했다. 하지만 밀가루 면은 참 괜찮았다. 생면을 이렇게 탱탱하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아무튼 면을 잘 빼 주었다. 

 

짠면에 짜고 매콤한 겉절이 김치가 더해진다. 나트륨에 나트륨으로 양념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일단 입은 즐겁다. 이런 맛을 한국적인 중독성 맛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의사들이 보면 뭐라할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이날은 그런 걱정 접어두고 일단 신나게 젖가락질을 했다. 결국 우리가 마지막에 먹은 저 면을 향해 이집에서 수십분의 기다림이 있었다는 것이다. 완성도 높은 칼국수와 국물을 먹으니 왜 철원에 해물칼국수 집이 많은지 이해가는 부분이 있었다. 육고기와는 또 다른 깊은 맛의 국물에서 새로운 만족을 얻는 것이다. 맛나고 짜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