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운아파트 상가에는 오래된 치킨집이 두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최근 새로 주인이 바뀌면서 문을 열었다. 말 그대로 집에서 편하게 운동복 입고 갈 수 있는 동네 호프집이 하나 생긴 것이다. 이름은 모퉁이 라는 호프집이다. 이 가게 위치게 모퉁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젊은 주인이 새로 오픈한 곳이다 보니 인테리어가 젊은 감각이다. 작은 호프집이지만 왠지 그전보다는 뭔가 세련된 것 같고, 맛도 더 좋을 것 같은 치킨집이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것 같았고, 평일 저녁에 가야 제대로 된 영업 시간을 맞출 수 있는 것 같았다.
메뉴판의 가격을 보니 비싸다 하기도 그렇고, 저렴하다 하기도 그렇고 중간쯤 되는 가격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통닭집은 아니다 보니 가격을 이런 선에서 정했는 모양이다. 우린 시그니쳐라 할 수 있는 후라이드 반, 양념 반치킨과 생맥주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젊은 여자 주인장 혼자 장사를 하는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닭을 튀기는데 시간은 좀 걸렸다. 하지만 생맥주와 호프집에만 오면 그렇게 먹게 된다는 양배추 샐러드를 먹으면서 기다렸다. 양배추가 몸에 좋은 것을 알면서 집에선 좀처럼 먹기 힘든데 이렇게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튀겨낸 후라이드 치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고소하고, 기름지고, 식감좋은 통닭은 전국민이 매일 수백만 마리를 먹어 치우는 바로 가장 인기있는 메뉴이다. 이날 밤에도 전국적으로 엄청난 양의 닭들이 튀겨졌을 것이다. 우리도 그 중에 하나고 말이다. 거기에 시원한 생맥주는 역시나 진리라 하겠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지만 한 낮에는 엄청 더운 초여름 날씨라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먹으면 그 효용가치는 최대치로 상승한다. 후라이드 치킨도, 생맥주도 첫입에 주는 만족감과 식감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것이다.
평소 통닭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인데도 이날은 참 많이 집어 먹었다. 사람 셋이 먹으니 통닭 한 마리는 정말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닭을 주문하기는 그렇고, 이미 주종도 소주로 바꾼 상태라 메뉴에 있는 얼큰한 해장라면을 먹기로 했다. 라면 한 그릇이 7,000원 이면 결코 싼 값은 아니지만 이런 술집에서 먹는 얼큰한 라면 한 그릇은 또 다른 라면의 세계라 하겠다. 정말 주인이 라면을 끓이는 동안에도 냄새가 식당 안에 가득하여 참기 힘들 정도였다. 뭔 라면을 사용하냐고 묻고 싶었으나 그냥 나온대로 불기 전에 언능 먹기로 했다. 그것이 라면을 대하는 진심이리라.
콩나물과 소고기를 듬뿍 넣은 라면인지라 첫 가격에 대한 부담은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저렴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라면이 나오니 술을 안 먹던 사람도 하이볼을 한 잔 하고 싶단다. 요즘 어딜가나 하이볼이 인기인데 첨엔 왜 술에 물을 타서 마시냐고 비아냥 거리던 사람들도 부담없는 하이볼 맛에 빠져 많이들 찾는다. 이렇게 마시는 것이 다음날 숙취도 덜하고 아무래도 덜 취한다. 이게 라면과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입엔 잘 맞았다. 먹는 사람이 만족하면 그만 아니던가? 이렇게 간단하지만 맛난 저녁 회식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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