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과 함께 우리나라 쌀을 대표하는 여주에서 제대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예전에 거의 오지 않았던 여주지만 이젠 제집 드나들듯 자주 가게 된다. 이날의 출장도 미리 약속된 것이었지만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는 알지 못했다. 여주 시청 근처에서 일을 보고 강천면으로 이동했다. 시청에서 약 15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이집에 올 수 있다. 이집의 이름은 '두부고을 해마루'라는 식당이었다. 여주쌀로 지은 밥과 직접 만든 두부에 생선구이와 제육도 나오는 집이란다. 가격은 일 인분에 21,000원이다. 합리적인 가격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푸짐한 한 상이 나오는 것은 맞다.
기본적인 컨셉은 여주쌀과 두부지만 백반집처럼 이런 저런 밑반찬들도 꽤나 나온다. 정말 제대로 된 밥상을 받는 기분이다. 특히 다른 곳에선 보기 드문 콩물과 콩탕이라는 반찬이 있었다. 진한 콩국수 육수같은 콩물과 그 콩물을 탕처럼 끓인 것이라는데 아주 부드러우면서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래서 여긴 먹는 순서가 있단다. 먼저 부드러운 콩물과 두부를 먹는데 꼭 간장을 뿌리고 묵은지 김치와 함께 먹어야 한다. 일종에 에피타이저인 셈이다. 묵은지도 그냥 김치가 아닌 것 같았다. 묵은지를 한 번 볶았다고 해야할까? 안주로 먹으면 아주 좋을 그런 김치였다.
여러 반찬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역시 여기는 두부에 진심인 곳이었다. 전체적으로 두부가 부드럽고, 잡내가 없는 아주 깔끔한 맛이었는데 고소함도 진하게 있었다. 두부 하나만 있어도 훌륭한 반찬이 된다는 것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일이다. 반찬들도 자연스러운 맛이었기 때문에 맘에 들었다. 요즘 보기 드문 도라지 나물이 아주 좋았다. 된장찌개도 조미료 맛이 거의 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일행들은 모두 반찬을 남김없이 먹었다. 고등어 구이는 최근 통풍 때문에 먹지 못하던 것이라 몇 젖가락만 집어 먹었을 뿐인데 그 맛이 아주 훌륭했다.
수준이 높다는 제육볶음도 괜찮았다. 사실 돼지고기 앞다리나 뒷다리살이 삼겹살 보다 더 좋다고 본다. 비계도 적고, 씹는 맛도 좋다. 다만 불위에 직접 구워먹는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돼지고기를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부위라 본다. 두부와 고기는 고소하면서 단백질이 높은 음식이다 보니 모두 건강한 먹을거리라 하겠다. 두부에 진심인 곳이다 보니 다른 곳에선 보기 드문 두부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밥이 압권이었다. 여주쌀을 왜 좋다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고슬 고슬한 밥에 주는 독특한 식감이 여주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쌈 채소가 있다면 무조건 싸 먹어야 한다. 제육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꽤나 외곽에 있는 식당인데도 점심시간에 입추의 여지가 없는 것은 푸짐하고 맛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분이 그렇게 말했다. "여기 와서 불만인 사람은 본적이 없다."고 말이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귀한 대접을 받는 이런 기분은 여주라서 그런 것일까 맛이 좋아서 그런 것일까? 더운 여름을 시원하고 건강하게 나게 해주는 맛난 밥 한 상이 이날의 행복한 시간을 말해주는 것이다. 역시 한국 사람은 쌀밥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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