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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도 생선회 처럼 숙성하여 먹으면 더 맛있단다. 포천시 군내면 고기창고

맛있고 행복한 곳...

by jeff's spot story 2025. 9. 1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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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를 숙성하면 더 깊은 맛이 난단다. 솔직히 돼지고기를 그닥 즐기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금 와닿지 않는 소리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의외로 역사가 깊단다. 생선회처럼 돼지고기도 어느 정도 숙성시키면 고기의 맛이 더 깊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고기를 그냥 팽개쳐 놓는 것이 아니라 온도를 잘 맞춰서 진공상태에서 조심 조심 숙성시키는 것이 기술이라고 했다. 이날 우리가 간 집은 바로 그런 숙성고기를 파는 곳이다. 군내면 새로 생긴 금호아파트 뒷편에 있는 집으로 정말 알고 찾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식당이 이런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기도 어려울 법한 곳에 있다. 

 

이곳을 잘 아는 일행이 있어 숙성고기라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식당은 적당한 크기이다. 밖에서 볼 때보다는 안에 들어서면 아담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저녁 시간 실내에는 몇 팀의 손님들이 이미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항정살과 갈매기살인가를 주문했다. 언뜻 봐서는 숙성된 고기인지 그냥 도축해서 가지고 온 것이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위에 놓고 구우면 분명 다른 식감이 있다. 양념을 하지 않은 생고기인데도 뭔가 달달한 것을 뿌린 것처럼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이래서 숙성고기를 고급이라 하는 모양이다. 

 

돼지고기를 숯불에 놓고 구워 먹으면 기름은 덜하고 숯향은 입혀져 훈제고기처럼 된다. 그리고 아무래도 은근하게 익혀 먹게 된다. 인내의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익으면 참 맛난 고기가 된다. 술잔이 돌고, 고기는 익어가고, 이젠 선선한 저녁시간에 운치가 그만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저녁자리에 이렇게 고급진 고기와 술이 더해지니 행복한 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연히 옆 테이블에 잘 아는 선배가 있어 한동안 우리는 자리를 뒤섞여 가면서 회식을 했다. 지방에서 살다보면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어딜가나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집은 파절이를 그 때 끄 때 만들어 주는데 그것도 참 맛이 좋았다. 누군가 그랬다. 충청도 청주에서는 파절이가 맛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고... 그 정도로 파절이와 고기는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다. 우리도 이날 몇 번이고 파절이를 리필하여 먹었다. 된장찌개에 밥을 넣어 밥안주를 먹자는 제의가 나와 그렇게 했다. 고기집의 백미는 나중에 먹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가 아닐까 한다. 사람에 따라 잔치국수 같은 것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진한 집된장 맛이 나는 찌개에 밥을 두 공기나 넣어 불위에 올려 놓았다. 정말 말 그대로 밥안주다. 그것도 푸짐하고 맛난 정통 한국식이다. 

 

고기로 시작해 밥안주로 가다가 마지막 선택을 라면이었다. 이집은 특이하게 라면이 있다. 고기 먹은 다음에 라면 한 개 나누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밥안주는 불위에서 보글 거리고 라면은 부드럽게 넘어갔다. 꽤나 많은 소주를 먹었지만 왠지 어디 멀리 나와 먹는 것처럼 잘 취하지도 않고, 기분도 홀가분했다. 이런 맛에 좋은 사람들과 저녁에 모이는 것이겠지... 처음 만나는 인연도 있겠지만 이렇게 묵은지처럼 세월을 더해 깊은 정을 쌓아가는 것은 인생에 큰 선물이라 하겠다. 깊은 저녁까지 우리의 즐거운 회식은 이어졌고, 배는 넉넉하게 채워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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